박유희/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이사장

결실의 계절,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 가을이다.

오곡 백과가 풍성하고 하늘은 높아 가을 녘 소슬바람 따라 넉넉한 마음이 절로 이는 때이다. 이러한 계절에 언제인가부터 '애플데이'라는 예쁜 이름의 절기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이 이 날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젊은 세대들과 의사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과 맛이 가장 깊고 풍부해지는 날, 10월 24일을 '사과의 날-애플 데이'로 하자는 아이디어는 아주 의미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회 분위기는 날로 삭막해지고 학교는 무한 경쟁으로 아이들을 몰아가면서 대학입시의 부담을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안고 사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유독 많던 때였다.

2년 전 어느 학교에서 일이다.

친구가 늘 다른 친구에게 매 맞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싫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학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시험 보는 날. 그 학생은 칼을 가지고 이웃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던 가해 학생을 칼로 찔러 살해 한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가해학생에 대한 미움을 키우다가 자기 자신이 가해학생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주변의 친구들과 선생님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믿기지 않는 사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학교 전체가 집단으로 위기상황 속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그러한 집단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따로 없이 언제라도 입장이 바뀌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터졌던 그 사건은 당시에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시민사회단체와 청소년단체 사회 지성인들은 오로지 이 사건에 대한 충격을 함께 해결하고자 모였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온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학교 청소년들의 10명 중 1명 이상이 학교폭력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정작 부모들은 자신의 아들, 딸은 나머지 90%에 속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교폭력을 외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제 학교폭력은 피해자 혹은 학교만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태가 그리 된 데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큼을 통감하고, 더 이상 사랑하는 아이들이 희생되고 부모들의 좌절이 계속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 전반적으로 화해 분위기가 확산되면 저절로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애플 데이라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다. 사과(apple)로 사과(謝過)의 뜻을 전한다는 화해의 날, '애플 데이'는 이렇게 탄생되었고,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발렌타인 데이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듯 애플 데이에는 친구, 가족, 선생님 혹은 직장 상사나 선후배 등 주변의 사람들과 묵은 오해나 미움의 감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용서와 화해, 사랑의 마음을 사과로 전하는 날이다.

이 시기를 즈음해서 전국의 사과가 동이 날 정도로 호응이 좋으면 일년 동안 땀 흘려 정성으로 사과를 가꾼 농민들에게 돌아갈 보람 또한 클 터이니 기대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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