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아프리칸 프랑스계 캐나다인 시아버지와 한국인 며느리의 좌충우돌 문화 충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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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부터 시계방향으로 남편 조시, 저자 전희원, 그녀의 강력한 라이벌인 시아버지 위베르와 프랑스인 멋쟁이 시어머니.

인종과 국적,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국제결혼이 아무렇지도 않은, 진정으로 '글로벌'시대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시대라고 해도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있는 법.

'싹수없는 며느리 vs 파란 눈의 시아버지'(전희원 글/김해진 그림/모티브북)에는 다국적 가족 간에 벌어지는 갈등상황이 처절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처절'과 '유쾌'라는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두 단어의 이미지가 맛깔나게 버무려진 데는 여든이 다 돼가는 시아버지와 서른여덟의 동양인 며느리가 벌이는 '주방사수기'가 스펙터클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상황의 근저를 이루는 것은 나고 자란 곳이 달라 문화적 차이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서로의 차이를 하나 둘 극복하게 만드는 '가족'이라는 두 글자다. 이 책의 저자 전희원은 서른을 훨씬 넘긴 나이에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만난 조시 겟지와 전격 결혼. 프랑스인 시부모가 살고 있는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비자 취득 문제로 시부모와 동거를 하게 된 그녀가 놀란 건 시아버지가 40년 넘게 주방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살림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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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잠시만 주방에서 한눈을 팔아도 버릇없는 며느리 소릴 듣지만 이 특이한 시집에선 잠시만 주방으로 한눈을 팔아도 버릇없는 며느리 소릴 듣기 일쑤다.

게다가 파란 눈의 시아버지는 전 세계 요리책을 통달했다고 자부하는 터라 섣불리 앞치마 입고 나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오죽하면 예비시아버지와 첫 대면식 때 들은 질문이 “중국 요리 할줄 안다며? 집에 칼은 몇 개니? 웍(밑이 둥근 중국식 프라이팬)은 몇 개나 갖고 있어”였겠는가. 여기에 한 술 더 떠 김치를 담그는 한국인 며느리에게 “배추가 너무 크니 더 잘게 썰어라. 직접 담그지 않고 왜 소금에 절이느냐? 너 하는 게 요리책하고 다르다”며 잔소리를 늘어놔 며느리의 자존심까지 긁어놓기 일쑤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매일매일 반복되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신경전에 감칠맛 나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멋쟁이 시어머니, 아내보다 더 한국적인 남편, 조시의 일화 속에서 핏줄과 국적을 넘어선 다국적 가족의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시아버지가 차려주는 밥상만 받으라는 '시아버지 십계명'에서 유명 레스토랑에 거액연봉으로 스카우트될 뻔한 요리의 달인, 시아버지가 전해준 레시피 모음 '환장하게 맛있는 요리법', 아줌마 일러스트레이터 김해진의 재치있는 그림까지 더해진 유쾌·통쾌·상쾌한 재미가 가득한 책이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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