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차이'가 '차별'되지 않는 것… 차이 감수성 길러야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성운동이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여성신문은 창간 16주년을 맞아 진보적 여성운동권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여성운동의 방향설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자가운데 유일한 20대인 타리씨는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에게 본명을 묻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차이가 현재의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 공감하며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편집자주>

●장 소 2004년 10월 19일

●진 행 박이은경 편집장

여성신문사 회의실

●참가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정유석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타리 '다름으로써 닮은 여성연대'(다닮연대) 간사

박이은경(이하 박이): 참석해 주셔서 고맙다. 여성운동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선배가 후배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윤정숙(이하 윤):현재 20대와 30∼40대는 자라온 시대가 달라 감수성이 다른 것 같다. 처음에 20대를 이해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우리가 여성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사회민주화란 대과제가 있었고 개인보다는 조직의 논리에 나를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며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사회적 경험 차이 때문에 세대 차가 있구나'라고 인정하니까 편하다.

남윤인순(이하 남): 오늘로 여성평화의집 출근 10년째다. 매일 출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별로 챙기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후배들은 자신의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엔 술도 잘 마셨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웃음) 후배들을 이해시키려고 하기보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정유석(이하 정): 여성운동계 내에 다른 목소리의 원인이 연령에 따른 세대차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관점과 감수성의 차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정신대 발언은 한국 내 성별권력관계가 여성인권 침해와 성매매문제 양산의 원인이란 지적에서 일정부분 시사점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정대협 등과 하고 싶었으나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반전 집회에서 성폭력 피해자 사진을 사용하고 '퍼킹 유에스에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볼 때 '젠더 감수성'의 차이를 발견한다.

타리(이하 타): 여성운동 내 다른 목소리를 연령차 때문으로 돌리는 것에 반대한다. 감수성의 차이다. 2002년 만들어진 다닮연대는 여성, 성적소수자, 장애인 등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연대 안에서 평등한 관계를 맺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다름과 닮음을 동시에 말하는 이유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 폭력을 종식하자는 의도다. 중심으로 편입해서 권력에 의존하고 권위적이며 다름을 묵살하는 운동방식을 반대한다. 장애여성공감,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 모임인 끼리끼리가 함께하고 있다.

박이: 감수성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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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본질은 새로움 추구

여성 스스로 급진적 전복적 사고를

남: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온 민주화세대가 갖고 있는 감수성은 그 이후 출생해 자라난 젊은 세대들과 확실히 다르다. 지금은 새로운 세대, 새 여성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운동의 본질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여성 스스로 급진적·전복적 사고를 하지 않고 안주하면 여성운동이 아니다. 가는 방법이 다를 수는 있어도 여성주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같다. 차이에 따라서 운동은 하되, 호주제 폐지처럼 합의한 것은 같이 밀고 나가자.

타: 여성들은 각각 경험도 다르고 억압받는 기재도 다르다. 서로 간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진 주변성, 소수자 관점, 마인드를 우리의 기본 관점으로 (다른 단체들이) 생각했을 때 연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윤: 여성운동의 차이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이후였다. 그러나 차이를 갈등으로 보기보다 다양성으로 인정한다면 오히려 사람을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차이를 '맥락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이의 맥락화란 어떤 조건과 배경에서 의견이 달라졌는가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운동방식은 새로운 경험, 여성주의에 대한 해석, 여성운동에 대한 다른 접근에서 나오는 것 같다.

박이: 여성운동의 대중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윤: 한국여성민우회가 벌인 사업 중 '내 몸의 주인은 나'는 10대부터 60대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평등명절운동도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지향할 것이다. 일하면서 운동의 생동감, 창의성 등은 책상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 시민, 환경 등의 주제에 비해 여성이슈나 성폭력은 자신의 문제로 여겨 받아들이는 것이 힘든 것 같다. 기존의 운동방식이 운동의 주체와 대상이 명확히 구분되는 점이 있었다면, 요즘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피해자 스스로 개인운동 주체로 나타나고 있다. 예전엔 피해 대상이던 그들은 자조모임과 온라인 상의 카페를 꾸리는 등 '운동의 대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남: 이슈와 조직의 부분으로 나눠 대중화를 논의할 수 있겠다. 한국 사회 내 여성문제는 다른 이슈에 비해 대중적 문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경향 속에 여성빈곤, 폭력, 차별문제가 더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대중화를 위해선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 단체 중에도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이 별로 없다. 민우회 정도가 회원 단체이고 나머지는 활동가 중심으로 운영된다. 상업적 페미니즘이 확산되다보니 왜곡된 페미니즘이 많다. 사람을 보다 잘 챙기고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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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으로 편입해

권위적이며 다름을 묵살하는 운동방식은 반대

타: 대중화가 급진성의 후퇴나 하향평등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이슈를 대중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다닮연대 자체는 연대체이기 때문에 회원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존재를 알리고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알리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식을 고민하기보다는 몇 명을 만나더라도 연대회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목소리를 전하는 방식으로 계속 활동할 것이다. 천천히 가되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박이: 자신이 추구하는 여성운동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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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성역할과 성상품을

수출하는 한류현상을 보면 씁쓸하다

정: 시민운동의 정치, 사회적 공간의 확장이 여성운동의 확장은 아닌 것처럼, 여성운동 내에서의 여러 이슈들도 한 이슈가 다른 이슈에 비해 전략적으로 우선되는 것이 맞다거나, 한 여성이슈의 성과라는 것이 다른 부문에도 그대로 확장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권력 감시기능 약화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여성운동 재정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동남아지역으로의 드라마 수출을 두고, 한류현상에 대한 자부심으로 부각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된다. 왜곡된 성역할과 성상품화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 이제 남성적 세계화의 적극적 가해자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앞으로 아시아 여성의 문제와 이의 해결을 위한 연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타:다양성이 역할분담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사람들이 다닮연대는 항상 성소수자, 전쟁반대 여성의 시각으로 말한다는 고정관념을 갖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 성매매여성지원단체나 이주여성들과 만나고 싶다. 사안에 따라 만나면서 변화를 함께 하고 싶다. 기존 단체들은 나이나 직책에 대한 권위주의를 없애야 할 것이다. 또 기존 단체들이 레즈비언 등 성적소수자 인권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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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면

오히려 사람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

윤: 관성에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 고정화를 지양하고 어떤 의제나 경험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늘 새롭게 운동의제를 찾고 싶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깨어있는 성찰력을 갖고 싶다. 그동안 한국내 문제에만 운동이 집중됐는데, 앞으로는 아시아 여성 문제를 인식하고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여성운동의 저변 확대를 위해 고민해야 할때다.

남: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는 멀었다. 앞으로 키워드는 평등이다. 평등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려면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 민주성에서 평등으로 이슈가 이동되면 성소수자문제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나를 오게 한 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여성주의적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반보라도 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힘들고 원래 하고자한 목적을 상실하기도 하지만 늘 반추하고 운동하면서도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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