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가 위궤양 주범
헬리코박터균은 우리나라 성인의 70∼80%가 감염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지낸다. 그러면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헬리코박터균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요구르트 선전이 한창인데, 이것을 먹으면 헬리코박터 감염이 치료가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성인 70~80% 감염
헬리코박터는 헬리콥터(Helicopter)와 박테리아(Bacteria)의 합성어로, 생긴 모양이 헬리콥터처럼 나선형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83년 호주의 마샬 박사와 워렌 박사가 사람의 위에서 이 균을 발견하여 발표하면서 만성위염의 중요한 원인균이라고 주장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9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헬리코박터균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헬리코박터가 있을 경우 위암에 걸릴 확률이 6배로 높아지고 성장기 어린이는 철결핍성 빈혈 등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한 이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 속은 강한 산성으로 일반 세균은 10분 이내에 죽는 악조건인데 헬리코박터균은 위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은 자체적으로 암모니아를 만들어 내 주변 위액의 산성을 약화시킴으로써 위산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항생제 복용하면 완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의 70∼80%는 증상이 없고 20∼30%는 위장장애나 십이지장 궤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십이지장궤양의 90∼95%, 위궤양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며 이 균을 박멸하면 궤양의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위궤양의 원인으로 과거에는 위산 등을 가장 중요한 원인 인자로 여겨 '위산이 없으면 궤양도 없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헬리코박터가 없으면 궤양도 없다'라는 말이 등장하게 됐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여부는 위 내시경으로 위벽 조직 일부를 채취하여 검사하는 방법으로 알아낸다.
변종 슈퍼 헬리코박터 출현
헬리코박터는 3가지 항생제를 1주일간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되지만 10명 중 1∼2명은 나중에 재발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3가지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슈퍼 헬리코박터균 변종이 발견되어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해졌다. 97년 크랙 벤터 박사 연구팀은 헬리코박터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했는데 위궤양을 일으키는 독소의 유전자도 알아냈다. 앞으로 헬리코박터의 전반적인 대사과정을 알아내면 이 독소를 만들어 내지 못하도록 차단시키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요구르트 등 유산균제품 효과
요즈음 헬리코박터가 위벽에 부착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사멸시키는 유산균을 첨가하여 헬리코박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요구르트가 유행이다. 또 헬리코박터 퇴치 기능을 가진 유산균을 단백질로 코팅하여 내열성과 내산성이 증강된 유산균을 첨가한 기능성 생식, 두유, 식빵, 장류, 김치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헬리코박터 균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식품이므로 헬리코박터 균을 박멸하는 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성과학자인 이연희(서울여대 교수) 박사가 헬리코박터가 위벽에 부착하는 것을 차단하고 나아가서 사멸시키는 기능을 가진 유산균 두 종류를 발견하였는데, 이 유산균들은 죽은 상태에서도 같은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크게 기대된다.
<제공: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