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이스라엘 여감독 케렌 예다야

소외여성 소재영화로 사회적 이슈 몰이

차기작은 이스라엘 여성과 팔레스타인 남성의 슬픈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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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칸영화제에서 장편데뷔작 '오르'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케렌 예다야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비자유인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오르(Mon Tresor, 나의 보물)'로 올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에 해당)을 받은 이스라엘 출신 여성감독 케렌 예다야(31)가 부산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예다야 감독은 이스라엘에서 활발한 정치활동과 여성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이번 영화 '오르'역시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예다야 감독은 텔아비브의 사진·영화 전문학교인 옵스큐라 재학시절 화장실 청소원으로 일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매춘여성, 여성의 속옷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 '길거리 여성'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기관에 도움을 호소하는 활동을 했다. 첫 작품인 '오르' 역시 '길거리 여성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다소 과격하지만 합리적 영화운동가인 케렌 예다야 감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영화의 제목이자 달의 이름인 '오르'의 의미는.

“'오르'는 빛이라는 뜻이다. 엄마에게 있어 딸은 빛과 같은 존재다. 영화의 프랑스어 제목인 'Mon Tresor'는 '나의 보물'이란 뜻으로 영화 속에서 딸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 오르는 처음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엄마를 구원하려 애쓰지만 결국자신 역시 엄마와 같은 길을 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매춘의 대물림'으로 끝나는 결말이 너무 절망적이지 않나.

“우선 매춘은 직업이 아니다. 매춘을 하는 여성들은 두 가지 상황에 처해 있는데 하나는 근친상간을 통해 매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엄마도 매춘 여성인 경우다. 현실에 존재하는 심각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몰고 갔으며 우리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에 대해 역설하고 싶었다. 영화 속 루티와 오르, 두 모녀는 도움의 손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생존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모녀의 삶에 대한 투쟁가다”

- 엄마 '루티'와 딸 '오르'를 연기한 두 배우가 인상적이었다.

“루티역을 맡은 로니 에르카베츠는 이스라엘의 국민배우다. 오르는 여동생의 친구를 캐스팅했다. 나는 영화를 만들며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 상황을 조율한다. 이번 영화에 누드 연기 장면이 있는데 배우들이 원하지 않는 연기는 시키지 않았다. 감독과 배우의 친밀한 관계와 교감이 제일 우선이다”

- 영화에서 카메라 움직임이 독특하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가.

“매춘 여성인 루티는 가슴에서 잘리는 숏으로 표현됐는데 이러한 바디컷은 매춘 여성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준다. 또 엄마와 딸의 대화장면에서 엄마가 의자에 앉아 늘 자신의 공간을 확보한 반면 딸이 들어올 공간을 배제해 엄마에게 다가가려고 주변을 맴돌며 애쓰는 모습을 많이 담았다. 이는 관객들이 중앙뿐 아니라 주변부를 바라보길 바랐던 정치적 의도다. 현실에서도 주변부를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하고 싶었다”

- 고국 이스라엘에서 정치적 활동도 활발한 것으로 안다.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한국에 도착한 직후 고향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내가 떠난 지 일주일 뒤에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에 의해 폭탄 테러가 있었고 3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일은 그와 동시에 이스라엘 군대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공습해 90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사실이다. 자국민 보호라는 이유로 행해진 군대의 공습이 더욱 심각한 테러다. 이스라엘 정부가 증오를 도구로 전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오히려 국가가 테러리스트다. 이스라엘은 350만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

-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말해달라.

“우선 '오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준 다음 이스라엘 여성과 팔레스타인 남성의 사랑을 다룬 슬픈 러브스토리를 찍을 것이다. 한국 관객들이 낯선 이국 땅에서 온 이방인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줘 고맙게 생각한다. 국가와 문화가 달라도 이 땅 위의 여성들이 느끼는 문제는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모든 영역의 상위를 남성이 차지하고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인 현실에서 여성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상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없다”

'오르'는 어떤 영화?

-'늪'에 빠진 두 모녀의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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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여성인 엄마를 구제하려다 결국 생존의 문제에 부닥쳐 자신도 매춘의 길을 걷게 되는 오르. 이 영화는 두 모녀의 삶에 대한 투쟁기다.

지난 20년간 거리의 매춘부로 생활해온 루티는 17세의 딸 오르와 텔아비브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단 둘이 살아가고 있다. 학교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하루종일 빈병을 모으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하루하루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오르는 건강이 날로 나빠져만 가는 어머니가 거리로 나가는 일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가정부 일자리를 주선하는 등 애를 쓴다. 하지만 이미 밤의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루티는 매일 정규적으로 출퇴근 해야 하는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거리로 나가는 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오르는 식당 주인의 아들 이도와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가며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도의 어머니는 루티를 찾아와 둘의 관계를 끝낼 것을 요구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오르는 깊이 상처받고 자신의 처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집세를 내지 못하게 된 루티는 집주인에게 대신 성관계를 제안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집주인은 루티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고 대신 오르가 '집세'를 대신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오르는 결국 생계를 위해 매춘 알선업체를 찾아가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하며 어느 순간 자신이 그토록 원하지 않던 어머니의 길을 뒤따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케렌 예다야 감독은 카메라를 정지시키고 프레임을 고정함으로써 가난한 모녀가 이 사회에서 매춘이라는 극단적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 속 인물의 처절한 상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써보지만 힘든 현실에서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모녀의 이야기는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는 힘이다.

부산=박윤수 객원기자 birdysu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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