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가족화·개인화 첨병…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

기존 결혼제도 거부하는 싱글가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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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증가로 부모와 자녀 중심의 1세대 가족, 부부중심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는 한편 전통가족의 존립 근거인 혈연을 탈피하려는 비혼 여성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가족을 지탱하는 요소였던 관계, 친밀감에 대한 요구가 확장돼 다양한 관계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가 '탈가족화'와 맞물린 1인 가구의 급증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5년마다 시행되는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0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22만4000가구로 전체 1431만2000가구의 1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주는 여성이 57.5%로 남성 42.5%보다 많았고, 1인 가구주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43.0%, 사별 35.1%, 유배우자 12.0%, 이혼 9.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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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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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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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탈가족화, 개인화 추세가 한 요인이고, 다른 요인은 가족과 사회의 성 역할을 거부하는 사회인식의 변화, 싱글을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노린 싱글산업의 팽창 등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2003년 20∼30대 여성 숫자가 0.58%로 4만8289명이 감소, 15∼49세 가임여성 수가 2003년 1375만명에서 2010년 1296만명, 2020년 1143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란 통계가 나와있다.

이는 가부장적인 결혼, 가족제도에 대한 여성들의 '무언의 저항'이라는 지적이다.

2030 '캥거루족'이 중·장년이 된다면?

노년층 부모세대, 부양의무로 빈곤 가속화

최근 청년실업이 심화되며 부모세대로부터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받는 이른 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청년실업층에 포함되지 않은 '취업준비 비경제활동인구' 30만6000명을 포함해 전체 청년실업층은 69만3000명에 이른다.

대학졸업자 10명 중 6명 꼴로 실업자라는 통계도 나와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층 다수가 캥거루족에 포진해 있는 것. 전문가들은 고학력 실업과 전통적 가족문화가 성인이 되어도 자립하지 않는(혹은 자립할 길이 없는) 캥거루족의 확산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캥거루족이 중·장년층이 되는 30년 뒤 한국사회는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 결혼하지 않은 성인을 '미성인'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가족문화 안에서 직장이 없는 청년층 역시 성인으로 대우받지 못 한다. 이들은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문화적 '주변인'이 되거나 윗세대 혹은 아래 세대의 부양을 받게 되기가 쉽다.

여기에 더해 이들에 대한 부양 때문에 부모들의 은퇴 시기가 한층 늦춰지거나 정년 후 새로운 일자리 찾기가 붐을 이룰 수도 있다. 국민연금 고갈위기와 더불어 이들이 노년이 된 뒤 빈곤화될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이 비경제활동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여성청년 실업자군과 노동시장의 성차별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가 있는 현실이라면? 소위 캥거루족의 여성화는 여성의 빈곤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노동시장의 성차별과 성별분업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아이 없이 부부만 사는 '딩크(DINK)'족 만연

부부 중심 라이프 스타일로…

모성이데올로기 짐 벗으려나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의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딩크족의 가능성이 높은, 부부만 사는 1세대 가족은 확실히 증가추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부부만 사는 1세대 가족의 비율이 90년은 전체 가구수의 8.3%, 95년 10.8%, 2000년에는 12.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30년 뒤인 2034년에는 아이를 낳지 않고 자신의 일과 생활을 즐기는 딩크족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붙이는 피임약, 피부 속에 이식하는 피임제 등 고도화되고 있는 피임법도 딩크족 양산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경 및 식생활 변화로 인한 타의적 불임부부의 증가도 딩크족이 보편화되는 데 한 원인이 될 듯하다.

이에 따라 현재의 가족문화가 부부중심 문화로 개편이 가속화되고, 자녀교육이 더 이상 이슈가 될 수 없기에 현재의 8학군 등 교육 중심과는 다른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주거지가 더 각광받게 될 것이다. 또 여성에게 부과된 모성 이데올로기도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자녀 구속력 역시 없어져 이혼율이 높아지는 반면 노후대책에 대한 모색과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 나라의 합계출산율(15∼49세의 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은 1.19명으로 10년 전인 84년 2.4명에 비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수치다. 부부 중심의 가족구도로 완전 집중되면서 '한 가정 한 자녀'가 보편화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도 늘고 있다.

오는 10월 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수원(29)씨는 여자친구와의 합의 하에 지난주에 정관수술을 했다. 아이 양육에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고 나이 많은 여자친구에게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2남 1녀를 키운 이씨의 어머니도 정관수술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요즘 같은 세상엔 차라리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독려(?)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태현 한국교원대(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자녀가 주는 효용(만족)보다 비용(부담)이 커져 가능한 한 적게 낳으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자녀 도움 없이 사는 '통크(TONK)'족 일반화

이념·정서 맞는 이들로 구성된 공동체

실버산업이 유아용품 시장 추월할 수도

현재의 20∼30대가 60대가 되는 2030년께에는 자녀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노인부부를 일컫는 말인 통크(TONK, Two Only No Kid)족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식들과 같이 살기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노인들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흔을 목전에 둔 주부 이혜경(39)씨는 요즘 들어 노년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이씨에겐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다.

그러나 이씨는 남편과 자신의 노후를 아들에게 기댈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는 독립된 세대로 살아갈 것이고 나와 남편은 혈연 가족이 아닌 이념과 정서가 맞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뤄 살고 싶다”며 “시민단체들이 소통을 원하는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해주는 작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이면 노인 숫자가 어린이보다 많아지고 2030년엔 노인인구가 어린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를 0∼14세의 유년인구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노령화 지수는 올해 43.3%로 추정되고 있으나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10년이면 62.0%가 된 뒤 2020년이면 109.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령화 지수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노인인구가 유년인구보다 많다는 뜻이다.

통계를 근거로 수치를 계산해보면 올해는 노인인구가 유년인구 100명당 43명에 불과하지만 2020년에는 유년인구 100명당 109명, 2030년엔 186명이란 결과가 나온다. 부수적으로 실버산업이 유아용품 시장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인구는 더 이상 부양대상이 아니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즉 노인 인구를 생산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과 공직에서의 정년 나이 연장, 사회재교육, 노인층 일자리 창출 요구 등은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미래 사회는 분명 '건강한' 노인이 '부실한'청년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될 것이 확실하다.

재혼가족 대중화

'내 아이, 네 아이'구분보다는 '우리'아이

호주제 폐지를 목전에 둔 2030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는 30년 뒤에는 재혼가족이 사회적 편견과 콤플렉스를 벗고 주요 가족의 한 형태로 당당히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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