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아닌 기업가 위해 죽는 시대?

고대부터 현대까지 돈을 둘러싸고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 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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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화폐개혁안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이후 화폐개혁 논란이 사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화폐개혁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채 개혁의 수혜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화폐 개혁의 이면논리를 다룬 책이 화제다.

'돈과 인간의 역사'(아미고)의 저자인 클라우스 뮐러 독일 켐니츠공대 경제학 교수는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넘나들며 돈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수많은 사건을 풍부한 일화와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며 이를 통해 돈의 비밀을 벗겨내고 돈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주화의 탄생과 달러의 기원 등 화폐의 변천사에서 시작해 돈과 권력의 관계, 돈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돈과 권력의 관계와 관련, 돈으로 권력을 사는 등 자본과 권력이 상부상조하며 결탁하는 모습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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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기 위한 전쟁준비금을 마련키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증가시켰던 독일은 결국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으며 지폐 압축기를 만들기에 이른다.

신성로마제국의 대부호 야코프 푸거는 자기 돈을 마구 뿌려 카를5세를 황제자리에 앉히더니, 나중에는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 어느 날 스페인에서 들어오던 은화가 갑자기 끊겨 수입이 줄어들자 '돈으로 왕이 된 걸 밝히겠다'는 협박편지를 황제에게 보내 굴복시켰다. 그는 카를 황제가 프랑스와 네차례 치른 전쟁에 비용을 댔고 그 대가로 프랑스에서 약탈한 전리품을 처분하는 권리를 얻었다. 이 합법적인 장물은 신성로마제국 어느 도시에서건 손쉽게 '땡' 처리할 수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과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70년대 중반 서독에서는 59명의 전직 장관들이 200개가 넘는 회사의 중역 자리를 차지했으며 8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레이건은 수천 명의 재벌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다. 정치가들의 이름은 바뀌지만 고대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원칙 즉, 권력은 돈을 쓰는 자가 갖게 마련이며 돈과 권력은 상부상조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돈은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현대사에 끼어 들고 있다. 전쟁이 때로는 누군가의 돈벌이를 위해 생겨난다는 사실쯤은 상식이 돼버린 세상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조국을 위해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기업가를 위해 죽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사의 DS 루이스 사장에게는 미국 방위비가 '금광'이 되었다. 미국은 1982∼92년 전략 로켓의 생산에만 125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군수산업에는 수많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이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자꾸 만들어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뮐러는 이 책을 통해 “화폐의 역사는 단순히 돈의 형태나 단위변경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영역 전반을 지배해온 인간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클라우스 뮐러 지음/ 김대웅 역/ 아미고/ 1만5000원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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