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비 윤씨의 옥인동 생가와흥선대원군 별장몇십년에 걸쳐 옮겨와

소설가 박경리, 영화감독 스필버그 등 유명인사들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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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금방이라도 예스런 건물 안에서 정갈하게 차려입은 양반이 천천히 걸어나올 것만 같고 시간의 흐름은 몇 박자 이상 늦어져 눈앞의 풍경이 정지되어 있는 듯하다. '석파랑(石破廊)'이 자아내는 평화로운 향기는 너무나 아름다워 그것을 깨뜨릴까 두려워 행동거지도 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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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손재형 선생은 순종의 비였던 윤씨의 옥인동 생가와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던 부암동 석파정 사랑채를 몇 십 년에 걸쳐 이곳으로 옮겨왔다. 평소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김주원 사장은 북한산에 등산을 오가며 이곳을 알게 되었고 89년에 매입했다. 김 사장은 74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23호로 지정된 석파랑 사랑채를 비롯해 담에 쓰인 돌 하나까지도 헌 궁궐이나 고가를 허물 때 나온 것을 쓸 만큼 문화적 가치가 큰 유산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외국인에게도 느끼게 할 방법을 찾다가, 94년에 궁중요리 전문 음식점을 시작하게 되었다.

문화재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라 처음에는 허가 받기도 힘들고 주위에서 무모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사장은 석파랑 고유의 색깔에 대한 자부심으로 꾸준히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석파랑은 일본의 모리 총리, 나카소네 전 총리와 스필버그 감독, 소피 마르소,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 첼리스트 장한나 등 국내외 유명인사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었다. 특히 외국에서도 예약전화가 올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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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사장

김 사장은 “석파랑 운영에 있어 좋은 식자재로 만든 좋은 음식과 분위기에 가장 신경을 쓴다”면서 “석파랑이 어떤 분야에 있는 손님이 오더라도 신선함과 감동을 느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러한 김 사장의 바람대로 석파랑은 즐거운 이벤트로 꽉 차 있다. 100년 이상 된 감나무 밑에서 식사 뒤에 차를 마시는 일은 물론이고 150년 된 주목과 200년 된 회향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당에는 고종황제가 최초로 황제 칭호를 받았을 때 만든 만세문이 있는데, 그 문을 지나가면 백년해로 한다는 말이 있어 특히 상견례하러 온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또한 식사에 사용되는 식기들이 중요 무형문화재 77호인 유기장 이봉주 선생의 작품인 유기와 청파 이은구 선생의 작품인 분청사기, 김익영 교수의 작품인 백자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재료의 맛을 가능한 한 그대로 살리는 것이 특징인 이곳의 메뉴는 정식이 7만원에서 12만원, 주류는 1만원에서 6만원 선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석파랑의 맛과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는 점심 때 방문하면 3만5000원과 5만원 선에서 식사할 수 있다.

문의 02-395-2500

박희경 객원기자peach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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