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급 고칼로리 다큐”

감독 스스로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 먹으며 몸 변화 촬영

의사, 영양사,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 인터뷰로

비만 주범 패스트푸드 산업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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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스펄록 감독 스스로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메뉴로 매끼를 해결하며 몸의 변화를 촬영했다.

뉴욕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12년간 MTV, ESPN, FOX, SONY 등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의 광고부터 뮤직비디오, 텔레비전 드라마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해온 모건 스펄록(32) 감독. 2002년 추수감사절, 스펄록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고향집 소파에 누워 칠면조며 이것저것 꾸역꾸역 먹고 있다. 그 때 그의 눈에 맥도널드사를 고소한 두 명의 소녀에 관한 뉴스가 들어온다. 뉴스를 보자마자 촬영감독 스캇에게 전화를 해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는 것을 영화로 찍자고 제안한다. 이에 대한 스캇의 반응은 “정말 대단히 후진 생각이구나”였다. 하지만 스펄록과 스캇은 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의사와 영양사, 패스트푸드 마니아인 청소년들을 불러모아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스스로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메뉴만 먹으며 몸의 변화를 찍겠다고 결정한다. 채식주의자인 여자친구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미국의 비만과 패스트푸드 산업'간 공생관계라는 민감한 문제를 건드린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11월 초 개봉 예정으로 벌써부터 패스트푸드 관계사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 모건 스펄록은 '미국에서 가장 뚱뚱한 도시'인 휴스턴을 포함한 전국 20개 도시를 다니며 비만 분야의 전문가들(의사, 체육교사, 영양사, 입법 당국과 기관 담당자들)을 인터뷰하고 자신이 '30일 내내 맥도널드만 먹기'의 실험대상이 되어 정말로 한 달 내내 맥도널드의 메뉴로 매끼를 해결하며 변해가는 자신의 몸 상태를 촬영했다. 기름에 튀긴 음식과 나트륨이 가득한 음식의 섭취가 증가하자 그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나트륨 수치는 높아졌고 패스트푸드점의 영수증이 쌓여가면서 의사를 방문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스펄록은 스스로 실험대상이 되었던 '30일 내내 맥도널드 먹기'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의 실상, 학교 체육수업의 감소, 음식 중독, 극단적으로 살 빼는 방법까지 폭넓게 다뤄 '뚱뚱한 나라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약 7000만원(6만5000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2004년 선댄스영화제와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을 뿐만 아니라 감독상까지 타냈다. '타임아웃 뉴욕'의 다렌 다다리오는 이 영화에 대해 “마이클 무어급 관심을 받을법한 흔치 않은 고칼로리 다큐멘터리”라고 평했다.

“미국 청소년과 아동의 37%가 지방 과다이며 성인 3명 중 2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이것은 자기 조절의 실패인가 아니면 패스트푸드사의 잘못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의사, 법조인, 영양사들에 의해 비호받는 수천억원 규모의 패스트푸드 산업의 기름진 배에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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