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

입시지옥이니 교육전쟁이니 하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흔히 그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가 우리가 남달리 학벌을 숭상하는 사회이고 교육열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과연 그럴까.

실직자라도 굶어죽지는 않게 사회복지제도가 발달된 사회와 달리 취업은 곧 생계확보와 직결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생존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더 어려운 나라라고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이 우리보다 더 치열한 것은 아니고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라고 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우리보다 덜 치열한 것도 아니다.

선진국선 합리적 경쟁 체제로 '교육논쟁' 적어

그렇다면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나 못 사는 나라 어느 나라에서고 우리처럼 교육문제가 일간지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고 입시철이면 정말 전쟁을 방불케 하는 현상이 빚어지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경쟁을 관리하는 제도가 합리적으로 정착되어 있어서 진학 희망자들은 진학에 필요한 실력만 쌓으면 되지 선발제도의 불합리성 때문에 억울하게 탈락하거나 부모들의 부질없는 욕심 때문에 큰 좌절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의 자율권이 일찍부터 보장되어온 구미 선진국에서는 학생선발에 관한 일체의 결정권은 대학들이 행사한다. 대체의 경우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나 SAT 같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일정 수준의 성적을 올린 학생만이 응시자격을 얻는다. 교육당국은 또한 하급학교 운영과정에서 미리 일정비율의 학생들은 실업계 학교로, 나머지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소망과 교사들의 성적평가 결과에 따라서 갈라지도록 유도한다. 대학이나 학급학교 교사들의 권위는 절대적이며, 고교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 그 학교 졸업생들이 해당 대학에서 얻는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들을 상대평가 하여 계수를 도출하여 적용하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공산주의 국가도 학력경쟁 통해 국가경쟁력 확보

공산주의 시절 러시아에서는 고등학교 수석졸업으로 금메달을 받는 학생이나 때로는 은메달 수상자까지도 해당지역 대학에는 무시험으로 합격시키는 제도가 있었으나 그들도 전국적으로 경쟁이 심한 대학들에 입학하고자 할 때는 경쟁이 심한 시험을 쳐야 되었다. 지금도 학술도시 노보시비이르스크 학술원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수백 대 일의 경쟁을 거쳐 입학허가를 받는 수재들이고 그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되는 데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공산당 중심의 국가 권력이 막강했던 시절 그들은 오히려 우주과학, 기초학술 분야 등 분야별로 선정된 특권층만이 입주하는 특수 소도시에 가족과 편히 살며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특전을 누렸다.

수재 리더 통해 사회 발전과 질 높은 복지 실현

이런 여러 나라들의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는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공통으로 드러내는 특징은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진학기회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특수한 재능과 노력의 결과로 남다른 실력을 갖게 된 고교 졸업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지 누구에게나 다 원한다고 배분되는 권리는 아니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민계층의 형성이 정당화되는 것은 능력에 따라 일자리의 중요도가 결정되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야말로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이상에 가장 잘 부합되는 제도이고 그들이 앞장서서 사회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나갈 때 교육제도가 아니라 복지정책을 통해 필요에 따라 배분할 수 있는 충분한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함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사회 전체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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