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빚 독촉 “신고하면 죽이겠다” 협박

경찰 지속적 보호 등 현실적 지원책 절실

성매매 업주의 협박에 시달리던 성매매 피해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현실적 보호대책과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여성은 탈성매매를 희망하고 지난 달 19일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기관인 다시함께센터를 내방해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0월 2일 성매매 피해여성 박모(22)씨가 자취방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보증금 50만원을 내고 경기 용인 소재의 안마시술소에 들어갔지만 업주로부터 갖은 착취와 수모를 당하며 마담의 빚 1000만원에 대해 무조건 보증을 서야 했고, 매월 방세 100만원, 콘돔을 방에 보이게 놓아두면 벌금 100만원, 손님 얼굴에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벌금 50만원 등 터무니없는 벌금으로 성매매 '화대'를 갈취당함은 물론 성매매를 그만둘 때는 추가로 일한 '화대'도 받지 못한 채 죽음의 순간까지 마담으로부터 협박을 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함께센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박씨가 마담에게 여성단체를 통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마담은 지속적으로 협박전화를 해 “너 눈에 띄면 보이는 대로 죽여버리겠다. 신고해봐라. 나는 아는 경찰도 많고 지금 그 경찰들한테 다 손을 써놔서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고 위협, 이에 박씨는 센터와의 상담에서 “나는 빽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경찰관도 알지 못하는데 마담이 몰래 와 나를 소리 소문도 없이 죽이면 어떡하나. 세상에 믿을 것 하나도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센터 측은 “박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업주와 마담,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지만 허가를 내준 행정당국과 업주로 하여금 자신을 비호하는 사법기관을 들이대며 큰소리칠 수 있게 만든 사회적 관행과 유착 공무원, 성구매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박씨의 죽음은 성매매 피해여성의 탈성매매 의지가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탈성매매를 원했지만 그의 탈성매매 의지를 뒷받침해줄 만한 보호와 지원의 손길은 멀기만 했던 것. 성매매라는 권력 구조 안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은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편 여성부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책을 수립,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는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변호사 선임료, 인지대, 증거수집비로 1인당 최대 350만원, 성매매나 성매매 관련 상해, 산부인과 질환, 임신 검진, 출산, 낙태, 정신적 치료 등을 포함해 1인당 최고 300만원, 직업훈련 기간에 매달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10월부터는 사회연대은행에 위탁해 직업훈련과정을 이수했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여성을 대상으로 1인당 3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책은 분명 큰 변화이지만, 성매매 현장에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과연 조성이 되어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선 성매매에 종사했던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비로소 탈성매매가 가능하다며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현장에 있을 때부터 지원의 손길을 뻗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정부가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탈성매매를 유도하고 있지만 현재 성매매 구조 안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이나 접근은 미비하다는 것.

한 성매매 피해여성 쉼터의 실무자는 “지원금이 나온다고 해도 정말 그 돈을 받고 쓸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탈성매매는 업소만 빠져 나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창업만 해도 당장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2∼3년 가량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여성들 외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