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출전 논란
권리 충돌, 공정성 침해, 불명확 규정 등
별도 종목 개설 등 참여 위한 방안 필요
영국, 여성과 공개(open) 종목으로 분류하기로

성전환 여성 최초로 국내 공식 대회인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종목에 출전해 2관왕을 차지한 나화린(철원) 선수. 사진=나화린 선수 블로그
성전환 여성 최초로 국내 공식 대회인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종목에 출전해 2관왕을 차지한 나화린 선수. 사진=나화린 선수 블로그

스포츠의 매력은 ‘공정성’에서 비롯된다. 선수들이 정해진 규정 안에서 오직 능력 하나로 승부하는 스포츠는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시대에도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신화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드물고 귀한 공정성의 가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경기의 규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참가자의 타고난 생물학적 차이를 구분하는 규정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스포츠 경기는 성별 경계를 엄격하게 지켜왔다. 그만큼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서 기인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적 특징을 발현시키고 작은 분자로부터 큰 분자를 합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춘기가 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히 증가해서 여성보다 15배나 높은 수치를 보인다. 그 결과 근육량이 증가해서 근력이 발달하고 뼈의 밀도와 면적도 높아져 더 많은 근육을 지지할 수 있는 몸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은 여성보다 폐포가 발달해서 유산소 능력도 더 뛰어나다. 여기에 심장의 크기도 여성보다 크기 때문에 박출량이 더 많고 이는 지구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스포츠 경기에서 생물학적 여성, 즉 ‘출생 시에 성별이 여성으로 지정된 사람들’과 트랜스젠더 여성의 경쟁이 공정한가 하는 문제에는 필연적으로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인 리아 토마스가 있다. 그는 2022년 미 대학스포츠협회가 주관한 전국 선수권 대회의 여자 자유형 500야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같은 해 5월부터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았다고 전해진다(외과적인 성전환 수술은 받지 않았다). 미 대학스포츠협회 규정상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가 여성 경기에 참가할 자격을 얻으려면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법을 최소 1년간 받아야 한다. 리아 토마스는 규정을 지켰고 참가 자격을 얻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앞서 말한 생물학적 차이가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사춘기를 기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남성은 심장과 폐가 여성보다 크게 성장하므로 더 많은 산소를 근육에 전달할 수 있다. 또 사춘기에 근육량이 대폭 늘어나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힘이 강해지고 다리뼈와 척추에서 나오는 지렛대의 힘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래서 국제수영연맹(FINA)은 사춘기인 12살 이전에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부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리아 토마스는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해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뜻을 밝혔지만 이 규정에 따르면 여성부 경기 참여는 불투명하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경기 참여는 권리의 충돌, 공정성 침해,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슈이다. 그러나 성별의 경계를 없애거나 성별을 넘나드는 경쟁을 허용해도 될 만한 증거가 없는 한 스포츠에서 성별 경계를 유지하는 건 기본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영국의 국가 기관인 브리티시 사이클링(British Cycling)이 발표한 새로운 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리티시 사이클링은 공정성을 위해서 사이클 선수의 범주를 여성과 공개(open) 카테고리로 나누겠다고 공표했다.

여성부에는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이들, 그리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이 참여할 수 있고 공개 카테고리는 출생 시 성별인 남성으로 지정된 이들, 트랜스젠더 여성과 남성이 참여한다. 브리티시 사이클링의 CEO인 존 더튼은 이와 같은 규정이 “공정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모든 라이더가 참여할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트랜스젠더 선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종목이 따로 생기지 않는 이상 여성부 참여 외에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소수자로서 투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동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투쟁한 수백 년의 역사가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생물학적 여성의 권리가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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