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 ‘부재(不在)’
30일 해오름극장
로봇 ‘에버 6’·최수열 지휘자 한 무대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지휘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 ⓒ국립극장 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지휘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 ⓒ국립극장 제공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직무대리 여미순)이 국내 최초로 로봇 ‘에버 6’가 지휘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30일 서울 중구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와 최수열 지휘자가 무대에 오른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첫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인 최 지휘자는 클래식·현대음악·국악관현악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음악가다.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무대를 각각 선보이고, 한 곡을 동시에 지휘하며 로봇과 인간의 창의적 협업에 한 걸음을 내디딘다.

최수열 지휘자. ⓒ국립극장 제공
최수열 지휘자. ⓒ국립극장 제공

로봇 지휘자는 이미 각국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2008년 일본 혼다사가 만든 아시모(Asimo)’, 2017년 스위스의 협동로봇 ‘유미(Yumi)’, 2018년 일본의 2세대 AI 휴머노이드 로봇 ‘알터2’와 2020년 ‘알터3’ 등이다. 국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버 6’가 지휘할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다. 두 곡 모두 몽골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의 특징과 강점에 초점을 맞춘 선곡으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최 지휘자는 황병기 작곡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와 김성국 작곡의 국악관현악곡 ‘영원한 왕국’을 지휘한다. ‘침향무’의 가야금 협연에는 이지영 서울대 음대 교수가 함께한다. 그는 “로봇에게 가장 도전적인 영역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교감과 소통, 그로 인해 완성되는 음악이 아닐까”라며 사람 지휘자의 통솔력과 해석력으로 로봇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손일훈 작곡의 위촉 신작 ‘감’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지휘해 완성할 실험적인 곡이다. 작곡가가 2014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음악적 유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연주자들은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무대 위에서 게임을 하듯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최수열은 지휘자로서 지닌 ‘감’을 십분 활용해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고,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나간다. ‘에버 6’는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돕게 된다. 두 지휘자의 지휘 과정은 무대 양쪽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한다면, 인간 혼자서는 불가능하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실험하는 무대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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