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미술 고발하는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전시체제와 민중의 삶'전

수천명 학살 현장 사진 '해남도 특별전' 국내 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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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검한 채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일본군의 모습을 그린 운보 김기창의 '적진육박'. 이 그림을 통해 그 동안 논란이 돼온 운보의 친일 행적에 종지부가 찍혔다.

친일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가 10월 10일까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개최 중인'식민지 조선과 전쟁미술-전시체제와 민중의 삶'전이 화제다. 열흘간의 서울전시 가 끝난 뒤 15일부터는 독립기념관에서, 11월에는 전주 역사박물관에서 순회전시를 한다.

이번 '식민지 조선과…'전에서는 이당 김은호의 '금차봉납도', 김은호의 수제자였던 운보 김기창의 '총후병사' '적진육박', 동양화의 대가로 대접받는 노수현의 만화 '멍텅구리' 등 친일 여부로 논란이 됐던 남성 미술가들의 만화, 삽화, 표지화, 유화 등 30여 점이 복원돼 공개됐다.

특히 운보의 '적진육박'은 '결전 미술전람회(決戰 美術展覽會)'에서 '조선군 보도부장상'을 받은 작품으로 그간 논란이 돼온 운보의 친일 행적 여부에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다. '결전 미술전람회'는 전시체제 지원과 일본군국주의 찬양을 위해 경성일보사가 조선총독부의 후원을 받아 열었던 미술전으로 운보는 '적진육박'에서 착검한 채 적진으로 돌진하는 일본군의 살기어린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소수의 여성미술가 작품이 대상으로 논의되기도 했으나 친일 입증자료가 부족해 배제됐다.

각종 전쟁화를 비롯해 한일합병 기념화첩, 성전화첩 등 일제강점기 미술계의 친일 동향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소개되고 있어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미화·찬양한 '친일미술'의 실상과 징병과 징용, 위안부 등 전시체제하 조선 민중의 고단한 삶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전시 구성은 일제의 미술정책, 전시체제하 동원미술, 친일미술의 전모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제강점기 수탈상과 강제동원의 참상을 증언해 주는 실물 자료도 다수 전시된다.

특히 일본관리 회갑 때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바친 이완용의 서예작품과 애국기 헌납을 독려하는 박득순의 전쟁화 '항공기' 등이 원본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 내 우경화 분위기로 인해 최근 일본 전시가 취소된 사진전 '해남도 특별전'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됐다. 중국 해남도에서 학살된 수천명의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와 관련된 사진전으로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의 잔혹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되고 있다. 문의 02-969-0226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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