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5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2006년부터 시행된 이후 17년이 흘렀다. 당시 청년은 이제 중년층이 되었을 정도의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청년그룹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결혼(그리고 이에 연이은 출산)을 생애과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15세-49세 청년세대 중 결혼의향이 없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은 각각 30.1%, 31.5%, 남성은 22.1%, 27.9%였다. 이처럼 청년세대는 결혼을 사회적 관례로 받아들였던 중년이상 세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인식을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여성청년의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는 진폭이 더욱 크다. 그 이유는 경제적 부담, 일가족양립 어려움, 출산·양육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불이익부터 자유로운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신세대적 경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청년들은 결혼의 제도적 강제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회귀적 저출산 대책

그런데 2023년 3월 28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새 정부 저출산정책 목표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이었다. 새 정부는 제4차 기본계획의 목표였던 ‘삶의 질 제고’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평가하면서 결혼, 출산, 양육을 하는 청년들에게 지금까지 보다 더 강력한 혜택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2024년부터 영아기 아동에게 부모급여를 각 100만원(0-12개월), 50만원(-24개월 이하) 지급하고, 신혼부부 주거공급 및 자금지원 확대,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지원 확대, 난임지원 확대 등 여러 대책이 제시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목표는 달라진 청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과거 회귀적 경향이 뚜렷하다. 더 이상 결혼을 일종의 성인 통과 의례로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다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굳이 ‘결혼’을 강조하여 집어넣었다. 2000년대 초반 제1차, 제2차 기본계획의 목표가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사회환경 조성’이었다. 이후 저출산의 원인을 만혼과 비혼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근원을 잘못 집었음을 반성하면서, 제4차에서는 청년이 살아갈만한 사회와 삶의 질에 중심을 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와 같은 자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이 전면 배치되면서 제1차, 제2차 기본계획 의 저출산 목표에 ‘결혼’까지 끼워 넣는 기이한 현상이 생겨났다. 꼭 결혼을 통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순리라는 기성세대의 조바심과 낡은 강박이 느껴져 씁쓸하기까지 하다.

개인이 선택한 생애경로 존중해야

자의든, 상황에 의한 것이든 결혼제도 밖에서 살아가는(혹은 살아가려는 의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결혼을 마치 하나의 과업인 것처럼 저출산 대책의 목표로 전진 배치한 것은 글로벌 흐름에도 맞지 않다. 선진국들이 비혼, 동거, 시민 간 연대, 공동체 생활, 결혼 등 어느 방식이든 개인이 선택한 생애경로를 보편적으로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하면서 저출산의 터널을 지나왔다는 점을 지금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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