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출전

트랜스젠더 여성 나화린 선수. 사진=채널A 뉴스 캡쳐
‘트랜스여성의 여성부 경기 출전은 ‘공정’한가’에 대한 논쟁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트랜스젠더 여성 나화린 선수. 사진=채널A 뉴스 캡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나화린(철원)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나화린은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 출전, 1위에 올랐다.

그는 출발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트랙 3바퀴를 타는 동안 선두를 지키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를 마친 나 선수는 자신과 함께 경기를 뛰어준 선수 2명에게 사과의 뜻으로 음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나 선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많이 긴장했는데 온 힘으로 달린 것 같아 뿌듯하고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혹시 나의 출전으로 상대 선수들이 기권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에 긴장해 2시간밖에 못 잤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8년 전 경기에 출전했을 때보다 여성부 기량이 높아져 예상보다 힘든 경기를 펼쳤다"며 "논란을 만들고자 출전을 결심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 자체가 다시 즐거워졌고 모든 경기에 가장 높은 곳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여자일반1부 스크래치 경기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앞서 1일 나 선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선수는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트랜스여성이자 사이클 선수로서 스포츠 영역에서 공고한 성별이분법에 커다란 물음표를 던졌다.  

일각에선 타고난 여성보다 신체 조건이 뛰어난 나씨가 출전하면 대회를 준비한 다른 여성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36년간 남성으로 살아와 180㎝, 몸무게 72㎏의 건장한 신체조건과 근육과 근력에 영향을 미치는 골격근량은 32.7㎏으로 일반 여성 평균 20∼22㎏보다 10㎏이상 차이난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3월 영국 트랜스젠더 사이클선수 에밀리 브리지스는 국제 사이클 연맹으로부터 "다른 여자 선수들과 형평성 문제로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통보 받았다.

도민 체전 등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은 없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일 성명을 통해 “중요한 것은 트랜스 여성의 경기 출전의 공정 여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나 선수가 제기한 것처럼 한발 더 나아간 질문에 관한 더 많은 사회적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평등은 대립하지 않으며 트랜스젠더가 배제된 지금의 스포츠가 곧 공정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다양한 이들과 함께 공정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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