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설립 20주년 맞은 양성평등교육 전문 플랫폼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인지 감수성’, ‘성주류화’ 같은 표현이 얼마 전부터 판결문과 일상에서 흔하게 쓰일 정도로 익숙해졌다. 과거에 비해 한국사회의 성별 불균형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인식 변화를 이끈 큰 축은 제도 개선이다. 여성발전기본법(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2003년 설립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한 양평원)’이 공공부문 성인지 감수성 향상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양평원은 ‘양성평등 교육·문화 전문 플랫폼’으로서 안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 취임한 장명선 양평원 원장은 “양성평등 교육은 결국 ‘관계 존중교육’”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존중하는 힘을 키울 것인지 배우는 교육이 양성평등 교육”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인권 교육과 함께 포괄적으로 성평등 교육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평원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성주류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2003년 양평원이 설립됐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지금은 이런 표현이 흔하게 쓰일 정도로 익숙한 세상이 됐다. 지난 20년간 인식 변화를 만드는데 양평원이 많은 기여를 했다. 공무원 대상 성인지 교육을 통해 성인지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폭력예방 통합교육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등 꾸준히 강의의 질을 높여왔다. 디지털 학습 플랫폼인 ‘젠더온’을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 컨텐츠를 개발·보급시키는 노력도 해왔다. 신규 강사 발굴에도 애쓰고 있다. 작년엔 전체 강사 중 30% 이상이 신규강사였다. 한해 평균 90만명이 젠더온 컨텐츠를 보고 있다. 사명감 큰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직원들 덕에 재정사업자율평가 4년 연속 우수 등급, 공공기관 경영평가 6년 연속 A 등급이라는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일각에선 ‘성평등의 위기’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저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존 교육을 돌아보고, 여성과 남성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평원의 비전으로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사회’를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가 돼야 양성평등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지 않나. 양평원도 여성과 남성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폭력예방전문강사 모집에서 약 20% 가량 남성이 참여해 관심이 커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군대처럼 남성이 많은 조직의 군 전담 교관이 폭력예방전문강사로 위촉돼 교육을 실시하면 교육 효과성도 더 높일 수 있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지난 20년간 양성평등 교육도 많이 발전했으나, 그만큼 교육 현장에서 교육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성평등이 진전되는 만큼 반발도 많아진다. 교육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피로감도 누적돼 강사들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양성평등 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호주의 경우, ‘관계존중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년별로 성교육과 민주주의 교육, 성평등교육, 인권교육을 통합적으로 실시한다. 양성평등 교육은 상대와 어떻게 관계 맺고, 존중해야 하는지 배우는 관계존중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의사와 경계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양성평등 교육이다. 우리나라도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관계존중교육을 통해 양성평등과 민주주의, 인권을 가르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젠더온’ 등 온라인 교육으로 교육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도 했는데.

“코로나19를 지나며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됐다. 효과성 문제는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순 없다. 토론, 시험 등을 시도하며 교육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을 할수록 효과성이 좋은 수요자 맞춤형 컨텐츠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앞으로는 대면이 아닌 사이버 교육이 기본일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Chat)GPT의 등장은 사이버 상에서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더 빨리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키웠다. 향후 폭력예방교육에 AI 챗봇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개인별 맞춤형 컨텐츠를 위한 컨텐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양평원의 또 다른 20년을 위한 계획은.

“디지털 혁신의 불확실성, 기후위기 등 지금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개혁과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교육은 늘 큰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양평원이 할 일이 많다. 양성평등교육에 있어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다양한 목소리를 녹아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고, 교육과정 설계를 고도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 기존의 성 역할이나 고정관념으로 형성된 성 인식의 문제에 공감하는 능력을 뜻한다.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법을 만들거나 정책을 기획할 때, 예산을 편성할 때 의식적으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성인지 교육이 주요 정책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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