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심각할수록 여성 비율 높아
병사들끼리 ‘여군 외모 품평 올림픽’ 열기도
군인 의한 민간인 성폭력 피해자 94% 여성
위계문화·남성성이 성폭력 피해 만들어

최근 군 내 성추행·성폭행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5일 국방부가 군 성폭력 피해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군 인사법' 개정 법률안을 입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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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이 남군에 비해 군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 강도가 심각할수록 여군의 비율이 높았으며, 군인에 의한 민간인 성폭력 사건에서도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다.

군인권센터는 1일 ‘군인권센터 2022년 연례보고서’를 1일 발표하며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군 성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군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9년 5월 군인권센터에 설치된 부설기관이다.

군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군 성폭력 사건은 2020년 386건(127명), 2021년 866건(200명)에 이어 2022년 929건(154명)으로 상담 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군 성폭력 사건 중 여성 피해자는 45%(69명), 남성 피해자는 55%(85명)를 차지했다. 통계청과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군인 수는 55만 5000여명, 여군은 1만 4000여명으로 전체 군인 중 여군의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이를 고려하면 여군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은 남군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인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성폭력 사건일수록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간 사건의 경우 전체 피해자 17명 중 여성 피해자가 15명이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남군들이 ‘여군 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병사들이 집단적으로 여군들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달리는 여군의 가슴을 쳐다보며 성희롱 하는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며 여군들의 피해가 심각함을 강조했다.

군 내에서 병사들이 집단적으로 여군들을 성희롱하는 문제는 최근 알려지기 시작하며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군 병사들이 인수인계 대장 한글파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여성 상관들을 성희롱한 '계집파일'이 작성돼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성희롱을 당한 여군들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성희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군인이 민간인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건도 접수되고 있다. 전·현직 군인에 의한 민간인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94%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를 보면 입대 전이나 휴가 중인 군인이 데이트 상대, 전·현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여성을 만나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건이 대다수다.

군 성폭력 사건의 주 원인은 상명하복 방식의 강력한 위계문화가 지적되고 있다. 군 성폭력 가해자 74.6%는 선임 또는 상급자 등이며, 기수문화가 강한 해병대의 경우 2022년 해병대 소속 피해자의 비율이 17.5%로 전체 군 병력 대비 해병대 비중의 2배를 넘는다.

김 소장은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기수열외를 시키거나, 처벌의 일환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등 한국 군대 특유의 문화가 성폭력 사건을 계속해서 발생시킨다. 또한 강한 남성성을 강조하는 군대 문화로 여군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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