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연 이후 10년간 사랑받아
젠더프리 캐스팅으로도 주목
8월 20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대학로에서 홍대 클럽의 록 스피릿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있다. 바로 뮤지컬 ‘트레이스 유’다.

2013년 초연 이후 10년간 뮤지컬 마니아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트레이스 유’. 특히 뮤지컬계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록 뮤지컬로, ‘또라이’ ‘Crazy Night' '나를 부숴봐’ 등의 넘버는 커튼콜에서 떼창을 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 젠더프리 캐스팅된 우빈 역의 선우, 본하 역의 김려원 ⓒ스튜디오 선데이
뮤지컬 '트레이스 유' 젠더프리 캐스팅된 우빈 역의 선우, 본하 역의 김려원 ⓒ스튜디오 선데이

창작 뮤지컬인 만큼 공연을 규정하는 선이 없다. 수차례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 시즌에는 안유진 배우가 우빈 역할로 출연했으며, 이번 시즌에는 우빈 역할에 선우와 본하 역할에 김려원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 공연 사진. 우빈 역의 이율, 본하 역의 이종석 ⓒ스튜디오 선데이
뮤지컬 '트레이스 유' 공연 사진. 우빈 역의 이율, 본하 역의 이종석 ⓒ스튜디오 선데이

공연 내용마저도 자유롭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대의 작은 록 클럽 ‘드바이’를 배경으로, 메인 보컬인 ‘본하’와 클럽을 운영하며 드바이를 지키는 기타리스트이자 전 보컬인 ‘우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일 클럽을 찾아오는 한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본하는 여성에게 만나자는 쪽지를 남기지만 여자는 오지 않고, 떠나간 여인을 잊지 못한 본하는 결국 약물에 손을 대며 우빈과 갈등을 빚는다.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사실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내용은 매일 달라진다.

‘노선’은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 방향을 일컫는 표현 중 하나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에서는 매일매일 배우에 따라 표현되는 ‘노선’이 완전히 다르다. 배우에 따라 때로는 다정했다가, 때로는 차갑기도 한 우빈이 표현되기도 한다. 본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같은 배우도 날짜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연기하기도 한다. 그 날의 우빈과 본하는 딱 하루만 만날 수 있는 ‘우빈’과 ‘본하’인 것이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 공연 사진. 우빈 역의 이율, 본하 역의 이종석 ⓒ스튜디오 선데이
뮤지컬 '트레이스 유' 공연 사진. 우빈 역의 이율, 본하 역의 이종석 ⓒ스튜디오 선데이

(여기서부터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선이 달라지는 것과 동시에 결말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배우가 어떤 노선을 타느냐에 따라 우빈이와 본하가 함께 공존하는 결말을 선택할 수도 있고, 우빈이와 본하 둘 중 하나가 떠나는 결말을, 혹은 둘 다 떠나는 결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매번 달라지는 노선과 결말은 뮤지컬 ‘트레이스 유’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트레이스 유’를 30~40회 관람했다며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관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불친절한 전개는 옥의 티다.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은 ‘겉’으로만 보이는 내용일 뿐, 진짜 내용은 따로 있다. 본하가 사랑했던 여자는 알고 보니 본하를 버린 친엄마였다는 것, 우빈과 본하가 알고보니 하나의 사람에서 비롯된 두 인격이라는 것, 두 사람은 정신병원에 갇힌 상태라는 것 등 이 숨겨진 진짜 내용이다. 이 내용들은 한 번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여러 차례 보거나 ‘스터디’를 해야만 알아낼 수 있다. ‘트레이스 유’를 보러 갈 때 스포일러를 알고 보러가기를 추천하고, 스포일러를 싫어한다면 두 번 이상의 관람을 추천하는 이유다. 김경수, 이율, 장지후, 윤승우, 선우, 변희상, 유현석, 이종석, 노윤, 김려원. 8월 20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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