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무관 월 1회 무급 법정휴가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
쉽게 사용하는 경우 23.4%에 그쳐
생리휴가 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유리천장, 남성중심 조직문화 꼽혀
“생리휴가, 특권 아닌 당연한 권리”

생리통을 겪고 있는 여성.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셔터스톡 ⓒ셔터스톡
생리통을 겪고 있는 여성. ⓒ셔터스톡

“극심한 복통으로 인해 생리휴가를 사용한다고 하자 ‘여자들은 쉬고 싶을 때 생리 핑계대고 쉴 수 있어서 부럽다’면서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는 남자들이 불쌍하다’고 눈치를 줬습니다.”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A씨(29)는 직장에 생리휴가를 신청했다가 이같은 일을 겪었다.

생리휴가는 연차와는 무관하게 여성 근로자에게 월 1회 주어지는 무급 법정휴가로, 근로자가 신청하면 허가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받는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이 2014년 5월부터 1년 동안, 승무원 15명이 138차례에 걸쳐 낸 생리휴가를 받아주지 않아 1심에서 2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 열악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최소한 보장하기 위해 생리휴가가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월 1일의 유급 휴가였지만, 2003년 주5일제 개정과 함께 ‘무급’ 휴가가 됐다. 생리휴가를 사용하면 사실상 급여가 삭감되는 것이다. 다만, 노사협약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유럽에서는 최근 스페인이 유급 생리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들이 여성 고용을 기피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며 이같은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기관 규모별로 생리휴가 사용 경험 차이 

‘생리휴가’로 불리는 ‘보건휴가’는 근로기준법 73조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여성은 드물다. 제도를 사용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조직 분위기와 무급휴가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결함 때문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생리휴가’로 불리는 ‘보건휴가’는 근로기준법 73조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여성은 드물다. 제도를 사용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조직 분위기와 무급휴가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결함 때문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공기관이나 규모가 큰 회사 등에서는 생리휴가가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편이다.

공공기관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B씨(25)는 “위에서 (생리휴가를) 쓰라고 권장하기도 한다”며 “평균적으로 연 8~9회 정도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이 대다수인 간호직의 경우 ‘오프’(휴무일)에 생리휴가를 껴주는 식이다. 하지만 짜인 스케줄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실제 월경 기간에 쓸 수 있도록 한 생리휴가 제도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9년차 대학병원 간호사 C씨(30)는 “타직종에 비해 여성이 절대다수니까 생리휴가는 써준다”면서도 “실제로 생리하는 날은 ‘아프니까 쉴게요’ 할 수는 없는 분위기라 그냥 약을 먹고 일한다”고 전했다.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병원에서는 명목상의 생리휴가를 챙겨주지만, 중소 병원의 경우 그마저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여성들이 ‘가짜’로 생리휴가를 ‘악용’한다는 이야기는 흔하게 들리지만,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쓰고 있는지는 살펴보기조차 어렵다. 전체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공식 통계는 2013년 이후로 나오지 않고 있고, 100인 이상 기업 대리급 이상 직원에 대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패널조사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2016년에는 56%가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나, 2018년 23.4%만이 ‘그렇다’고 답해 생리휴가를 사용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00인~299인 기업의 경우 91.8%가 ‘아니다’고 답해, 규모가 작을수록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생리휴가가 특권 아닌 당연한 ‘권리’

ⓒShutterstock
한 20대 여성 근로자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으로 인해 고위직 중 남성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문제들이 끝없이 대물림 되는 이유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utterstock

생리휴가를 쓰기 어려운 이유로는 구조적 성차별이 꼽힌다.

생리휴가 제도가 상대적으로 잘 정착된 직장에 다니는 B씨조차도 “‘생리휴가는 승인 요청하기 부끄러운 사유’라며 윗선에 보고하는 것이 매우 곤란해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으로 인해 고위직 중 남성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문제들이 끝없이 대물림 되는 이유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생리휴가가 특권이 아니라 여성의 당연한 ‘권리’이며, 관련 성과에 관한 연구가 이어져야 더 활발히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생리휴가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의 생리에 대한 자가 진단을 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고, 통증 등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도 줄 수 있다”며 “생리휴가를 특권으로 보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평등의 차원에서 여성들의 당연한 권리다”고 말했다.

이어 “생리휴가 사용 시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한 단계 나아간 연구 결과가 없어서, 수십 년간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성평등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생리휴가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도 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앞으로의 건강, 업무 성과, 네트워크 등 (차이가) 연구가 돼서 성과와 효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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