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얼굴 '단풍'이 산하를 감싼다.

9월 말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단풍은 설악산과

오대산 꼭대기에서 남하를 시작해 11월이면

두륜산 끝자락에서 해남 땅을 물들인다.

몸과 마음까지 붉게 물들일 것 같은 단풍의

황홀한 자태 속에 어느덧 가을은 절정을 맞는다.

정선 민둥산, 영남알프스, 천관산, 명성산 등 대표적

10월 9일께부터 시작, 중순에 절정…11월 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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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민둥산의 억새 장관.

가을 산을 물들이는 것은 단풍뿐만이 아니다. 10월 중순부터 억새밭은 가을 햇빛을 받아 은백색으로 물이 든다. 가장 억새다운 억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뭐니뭐니 해도 정선 민둥산. 정상아래 능선에서 20여분 이어지는 민둥산 억새는 다른 잡풀이 섞이지 않고 오직 억새로만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키도 크고 꽃도 큰 억새가 밀집해 있어 바람 따라 일렁이는 은빛물결이 환상적이다.

억새 산행은 발구덕 마을에서 마을 왼쪽과 오른쪽 두 군데로 등산로가 나 있는데 왼쪽 등산로로 올라야 8부 능선 봉우리에서부터 억새를 즐기며 오를 수 있다.

10월 중순~11월 초에 억새를 볼 수 있고 이 시기에 민둥산 일원에서 '억새풀축제'가 개최된다. 문의 정선군 남면 억새풀축제 추진 위원회 033-591-9141

억새를 얘기할 때 영남알프스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영남알프스는 밀양, 청도, 울산의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해발 1000m 이상인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신불산, 취서산, 고헌산, 간월산 등을 일컫는 말로, 유럽 알프스의 풍광에 버금간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남알프스 중 재약산 사자평원과, 신불산에서 영취산에 이르는 신불평원이 대표적이다. 재약산 수미봉과 천황산 사자봉으로 이어진 100만 평의 사자평원 억새는 잎새가 가늘고 투박하며 키도 작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은빛평원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흑룡폭포, 층층폭포가 있는 표충사 계곡으로 올라 수미봉과 사자봉 주위에 펼쳐진 억새평원을 감상한다. 10월 하순, 만개한 억새와 더불어 표충사 계곡의 곱게 물든 단풍을 함께 감상하면 더욱 좋다. 신불평원의 억새는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잡풀 없이 깨끗하게 펼쳐지는 억새밭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문의 경상북도 문화관광과 053-950-3334

다도해를 굽어보는 천관산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다양한 바위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장관을 지녔다.

가을이면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능선을 따라 10리길이 억새로 넘실댄다. 이곳의 억새는 바닷바람이 거세 무릎 아래에서 찰랑거리는 난쟁이 억새로, 해질 무렵의 억새밭은 가을의 서정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10월 중순이 절정으로 이때에 맞춰 '억새제'가 열린다. 올해는 10월 9일부터 이틀간. 문의 장흥군 문화관광과 061-860-0226

수도권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 포천에 자리한 명성산은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산정호수와 함께 눈부신 억새밭의 장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상까지 능선을 따라 군데군데 억새가 있으며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삼각봉 동쪽 분지의 화전민터 일대에 눈부신 억새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이곳의 억새는 잡풀이 섞여 있어 그다지 아름다운 억새라고 할 수 없지만 매년 10월 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와 함께 즐길만하다. 문의 포천군청 문화관광과 031-530-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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