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터' 개소 10주년 맞는 조중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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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피해생존자 보호시설 '열림터'가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10월 6일 '보호시설 입소 성폭력피해생존자 지원 현황과 과제'기념 세미나 준비로 바쁜 조중신(52) 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열림터'는 '여성'의 시각에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위해 마련된 쉼터로, 주로 친족에 의한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조중신 원장은 2000년부터 열림터를 맡아 현재 3명의 활동가와 함께 10명의 친족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조 원장은 열림터 개소 10주년을 맞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열림터를 통해 존중 받고, 배려 받는다는 긍정적 삶의 경험을 마련해줄 수 있었던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하며 “한정된 이용기간과 자금 부족으로 입소자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현행 법률상 열림터에 입소자들이 6개월(최장 9개월)밖에 머무를 수 없어 다음 거처를 연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부 지원금의 한계로 재정 마련에 고심중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가부장제의 산물인 친족 성폭력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전체 상담건수 중 14%를 차지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피해생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정을 떠나야만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열림터를 이용한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은 총 183명으로 대부분이 청소녀들이다. 조 원장은 “강간당한 누나에 이어 남동생까지 성추행을 당해 남매가 함께 입소한 경우도 있었고, 성폭력피해생존자인 언니가 입소하면서 가정에 남은 여동생이 성폭력 위험에 놓일 것을 우려해 같이 입소한 가슴 아픈 경우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위한 장기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10월 22∼23일 상담지원자 워크숍을 실시하고, 11월 말 친족 성폭력 상담지원 매뉴얼을 배포해 그 동안 사회적으로 터부시돼온 친족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힙합, 드럼, 네일아트 등을 배우면서 즐거움을 얻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재의 지원을 확장해 이들의 적성과 특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진로 지도에 주력할 계획이다.

임영현 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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