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간 대화를 통한 성평등한 세상 만들기] 1강

현경 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 사진=최형미
현경 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 사진=최형미

종교는 우리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제공한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좋은 삶이라는 어떤 것이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세상에 던진다. 각 종교는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시국 선언을 하며 목소리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지도자는 주로 남성들이며, 내부의 성차별 문제는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교아카데미(사)는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금으로 불교, 유교, 개신교, 가톨릭, 무교(토속신앙), 한반도 여신, 원불교, 천도교의 종교기관을 방문해 전문강사의 강연, 성직자와의 대화, 종교 체험을 통해 종교 간 대화로 길을 찾아 나섰다. 아니 새롭게 길을 만들고 있다. 필자는 현장을 기록해 함께 나누고 변화하고자 한다.

첫 번째 강연은 최보결의 춤의 학교에서 열렸다. 여성신학자, 불교법사, 이슬람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며 이슬람과의 화해를 이끌었던 종교 동시통역사, 현경(미국 유니온신학교)교수가 처음 문을 열었다.

양의 시대는 끝났다

19세기 한국에서 시작된 종교는 모두 똑같은 주장을 한다. “양의 시대는 끝났다.” 증산은 그의 부인에게 “내 등에 올라타 나를 찌르는 시늉을 해라” 고 했으며, 기독교 셰이커들은 두 번째 그리스도는 여성의 모습으로 올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여성 다큐제작자 캐롤라인 로우랜드(Caroline Rowland)는 “우리가 이제껏 기다렸던 사람들은 바로 우리였다네(We are the people we have been waited for)”라고 노래한다.

기원전 5세기는 인류사에서 첫 번째로 인간의식이 상승했던 시기였다. 공자, 붓다, 노자, 장자, 소크라테스는 근원적인 질문을 했다. “내가 누구지? 우리는 왜, 어디서 왔지?”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없었을까? 여성들에게는 끊임없이 외모를 지적하며 그들의 DNA까지 통제하며 가스라이팅을 해 질문할 기회를 빼앗았다. 종교가 한 짓이다. 코가 납작하다. 뚱뚱하다. 못생겼다. 정숙하지 못하다. 가부장제 종교는 여성이 하는 일을 모두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 

현경 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 사진=최형미
현경 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 사진=최형미

이성이 난파하는 곳에서 시작되는 영성

이전에 남성성 의식이 인류를 이끌었다면 이젠 여성성의 세계, 음의 시대가 왔다. 이미 100년전에 우리나라의 나해석, 윤심덕, 김일엽등이 한 일이기도 하다. 대학의 지성들은 나무, 강, 산 등 살아 숨 쉬는 것에 눈을 돌리고 있다. 양자 역학을 보라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성인들은 교리와 제도에 묶인 종교를 찾기보다 영성(Spiritucality)에 눈을 돌린다.

음의 시대가 왔다는 것은 우뇌의 중요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좌뇌가 닫히고 우뇌가 열리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구나. 내 존재가 사랑이구나. 우주 전체가 사랑이구나. 종교의 인식론은 사회과학과 다르다. 일단 믿어야 보인다. 맹신이 아니라 스스로를 내려놓을 때(surrender) 생겨나는 앎이다. 이것을 악용하는 종교인들, 정명석이나 전광훈 등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는 길은 지뢰밭이다.

인간의 문제는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결핍감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그런 교주가 되지 말고 가장 신성한 나 자신의 교주가 되어야 한다. 힐링스쿨을 진행하며 인간의 문제는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결핍감” 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면 지속해서 괴로울 것이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어요.” “ 꽃길만 가세요.”라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심어준다. 꽃길이든, 불길이든, 물길이든 어떤 길이든 희생자가 아니고 스스로 창조자로서 선택하면 문제가 풀린다. 그렇게 실천하고 경지로 끌어가는 것이 영성이다.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 양의 종교, 가부장제 종교에 질문하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것이다. 종교의 가스라이팅을 직면하고 그것의 씨앗을 찾아내고, 실질적으로 종교를 실천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성서와 성의 정치학

4세기경 로마에 복속되며 권력을 갖게 된 기독교는 중구난방으로 돌아다니는 복음서를 통일하려고 했다.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신약 27권과 구약 47권을 채택해 성서로 확정했고 후에 구약에서 외경은 뺐다. 이러한 결정을 할 때, 여자들은 없었다. 내가 뽑지 않은 대표자가 헌법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지켜야 할까?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빠진 것이다. 이집트 사막에서 목동이 양을 치다가 우연히 영지주의 문서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막달라 마리아와 베드로의 갈등이 나온다. 베드로가 불평한다. “예수님은 왜 우리를 보면 그냥 지나가면서 마리아를 보면 입맞춤을 하는가?”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이 마리아를 더 사랑하는 것을” 또한 예수가 천국의 열쇠를 마리아에게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귀한 것을 어떻게 마리아에게 주었나요? 그는 여자가 아닌가요?” 예수는 응답했다. “베드로야 니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이런 기록들을 성경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현경은 누가 정통이냐는 권력의 문제이며, 만약 영지주의 복음서가 들어왔다면 기독교는 불교나 무교를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성경은 담뱃갑처럼, 이 책은 여성 신학자의 안내 없이 읽으면 목숨이 위험하며 태아에게 위험하다는 경고의 글을 넣어야 한다고 따끔한 조크를 한다. 여자들이여 교회에서 잠잠 하라. 집에서 남편에게 물어보라고 적혀있지 않은가? 노예들에게는 주인에게 복종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아카데미(사)는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금으로 불교, 유교, 개신교, 가톨릭, 무교(토속신앙), 한반도 여신, 원불교, 천도교의 종교기간을 방문해 전문강사의 강연, 성직자와의 대화, 종교 체험을 통해 종교간 대화로 길을 찾아 나섰다. 사진=최형미
불교아카데미(사)는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금으로 불교, 유교, 개신교, 가톨릭, 무교(토속신앙), 한반도 여신, 원불교, 천도교의 종교기간을 방문해 전문강사의 강연, 성직자와의 대화, 종교 체험을 통해 종교간 대화로 길을 찾아 나섰다. 사진=최형미

자기 주도성을 앗아간 종교

성경에서 한 청년이 물었다. “어떻게 구원을 받을까? (막 10:17)” 구원은 청년에게 달려 있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라고 예수는 응답했고, 현경은 이것을 ‘네 안의 있는 것을 네가 꺼낼 수 있다면 그것이 구원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것이 너를 파괴할 것이다’로 해석했다. 그는 주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자기 주도성이다. 내 삶의 창조자 내 운명의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구원론은 너무 위험하다. 예수를 믿어야 구원이 된다고 하면서, 농부들이 이해할 수 없는 라틴어로 이야기를 했다. 농부들은 교회의 그림을 보고 조금 눈치만 챘을 뿐이다. 성경도 사제를 통해 해석된 것만 들을 수 있었다. 끊임없는 종속의 역사,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에 집중해야 했다.

교회는 면죄부를 팔아 장사를 했고, 모든 사람이 사야만 했다. 여성이 질문하기 시작하면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진정한 믿음은 내 안의 신성과 내 속의 무의식이 동의한다. 교회는 협박과 강요로 지옥 불에 간다고 면죄부를 판매했다.

수도원 운동, 힐데 가르트

현경은 힐데 가르트(1098-1179)에 주목했다. 부패한 교회 안에서 청빈과 신비주의를 지켜낸 수도원 운동을 펼친 여성이다. 최초로 오페라를 만들었고 악마 역할을 라틴어를 가르친 신부에게 맡겼다. 최초로 여성수도원을 만들었고 결혼하기 싫어하는 여성들이 수도원에서 전념하게 했다. 그는 말을 타고 로마에 가서 교황과 왕에게 설교하기도 했다. 이단으로 밀리지 않았다. 그는 “나는 벌레만도 못한 죄인입니다. 하나님이 그런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성수도원을 더 만들어라” 그는 라인강 옆 포도원 수도원에 있었다. 계시 경험을 기록하고 그림을 그리고 기도와 단식을 하고 들판을 걸으며 풀, 광물, 동물들과 이야기 하며 의류, 자연치유와 관련된 책을 썼다. 아직도 교과서로 사용한다.

성경, 그들의 해석

개신교는 교회의 오만함을 경고하기 위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지금 성경의 권위를 앞세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가? 성경은 승자들의 문헌이다. 거기에는 여자가 없었다. 불교도 여자가 들어오면 5백 년 후에 망할 것이라고 했고, 플라톤은 이원론을 만들어 몸을 부정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의 사다리라는 위계를 만들어 제일 아래 광물, 지구를 두었다. 유엔의 에코페미니즘 세미나에서 만약 mother earth가 아니라 father earth였다면 지구는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버지는 정신적인 사람, 엄마는 밥하고 애 낳는 사람일 뿐 존중하지 않았다. 모든 경전을 해석하는 힘은 남자 신학자들에 갖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제도종교라는 타이타닉 일등석을 차지하려 하려 하지 말고 진짜를 찾아야 한다. 힐러로 영적 코칭을 하며, 여행하고, 다른 종교의 지식을 넘나 들으며 우리 안의 영적 배고픔이 채워지기를 기원한다. 나의 그림자 끝까지 갔을 때, 파국이 생길 때, 높은 의식을 만나면, 최고의 영성을 만나면 다른 것이 풀리기 시작한다. 어느 닥터에게 뇌경색이 좌뇌에만 왔었다. 그는 우뇌 쪽만 열린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고백한다.

이미 팬덤이 있는 현경에게 나까지 줄 설 필요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듣고 안 쓸 수가 없었다. 영성이 결여된 종교는 쉽게 정치에 휘둘리고, 영성과 만나지 못한 여성운동은 피곤함에 움츠려 있다. 폭풍이 불던 날 최보결의 춤의 학교에 모여든 여자들의 마음속에 어떤 새로움이 움텄을까? 

최형미 여성학자 사진=본인 제공
최형미 여성학자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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