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바흐무트에서의 전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중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벌어졌다. 러시아의 대리전을 펼치는 용병 바그너그룹과  우크라이나군은 전술적 가치가 불분명한 소도시 바흐무트에서 9개월이 넘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중심을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외곽을 포위해 측면에서 진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구 7만이었던 바흐무트에는 4천여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의 중심을 장악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프리고진 "바흐무트에서 철수 시작"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비게니 프리고진이 25일(현지기각) 텔레그램에 영상을 올려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바그너그룹 텔레그램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비게니 프리고진이 25일(현지기각) 텔레그램에 영상을 올려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바그너그룹 텔레그램

러시아의 용병 바그너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5일(현지시각) 바그너 용병이 우크라이나의 도시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BBC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6월 1일까지 러시아군에게 도시에 대한 통제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러시아 정규군이 상황을 관리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의 군대가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파괴된 도시에서 촬영한 텔레그램 영상에서 "우리는 오늘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 검증팀은 이 영상이 바흐무트 동쪽에 있는 약국 근처에서 촬영된 것으로 특정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토요일에 부하들에게 러시아 군대를 위해 탄약을 남겨두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부 바그너 전사들이 러시아 군대를 돕기 위해 뒤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바그너가 바흐무트를 넘겨준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함락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남서부의 리타크 지역 일부를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리아르 차관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바흐무트 남서부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전투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앞서 바흐무트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6월에 러시아군에게 넘기겠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22일(현지시각) 텔레그램 영상에서 "와그너는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아르테모프스크(바흐무트)를 떠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이 이전을 앞두고 도시의 서쪽에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좌충우돌 프리고진, 이번에는 떠날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에서 불꽃이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에서 불꽃이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를 대신해 싸우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한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10월 5일 바흐무트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 느리지만 의미있는 전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프리고진의 종잡을수 없는 발언 때문에 러시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프리고진은 탄약이 떨어져 더 이상 싸울수 없다며 러시아를 비난하는가 하면 바흐무트를 완전히 장악해 6월에 러시아군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친크렘린 블로거 콘스탄틴 돌고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군부의 전쟁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바흐무트에서 용병 2만명이 전사했으며, 이 가운데 1만명은 죄수 용병, 나머지 1만명은 일반 용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 1일경에 바흐무트를 러시아군에 넘기고 재정비를 위해 떠날 것이라며 "군대가 이곳을 물려받을 능력이 없다면 관련자들은 스스로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또 우크라이나 군인 5만명을 제거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224일간 이어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약 5만명이 숨지고, 5만~7만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11일 러시아 정규군이 바흐무트 주변의 진지를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프리고진은 수개월 동안 유혈 전투의 중심으로 폐허가 된 도시 바흐무트의 외곽은 예측된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에 수십~수백 미터에 이르는 우리의 형제들의 피와 생명을 희생하며 수개월 동안 지켜온 영토는 이제 우리의 측면을 지켜야 할 사람들에 의해 사실상 포기되고 있다"고 러시아 측을 비난했다.

좌충우돌 프리고진이 이번에는 바흐무트에서 철수할지 관심이다.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

[바흐무트=AP/뉴시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공개한 사진에 20일(현지시간)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 수장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병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중 가장 길고도 치열한 전투 끝에 그의 군대가 바흐무트를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바흐무트=AP/뉴시스] 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공개한 사진에 20일(현지시간)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 수장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병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중 가장 길고도 치열한 전투 끝에 그의 군대가 바흐무트를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영국 국방부는 바그너 용병은 우크라이나에서 5만명의 전투요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역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러시아가 정규군을 위한 사람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년에 병력을 모집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주둔 병력의 약 80%가 감옥에서 나온 죄수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바그너 그룹은 약 5,000명의 전사들만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대부분 러시아의 정예 부대와 특수부대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한 전직 군인들이었다.

러시아에서는 용병부대가 불법이지만 바그너그룹은 2022년 회사로 등록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새 본부를 열었다.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 싱크탱크의 새뮤얼 라마니 박사는"러시아 도시, 광고판에서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러시아 언론에서 애국단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에 크게 관여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와그너 전투요원들이 전장에서 대규모 공격을 받아 상당수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바흐무트 근처의 솔레다르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한 뒤 러시아 국방부와 바그너 용병 사이에 누가 공을 세웠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이 전투에 참여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용병들이 "용기 있고 사심이 없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가장 오랜 전장 바흐무트

전쟁 전과 현재의 바흐무트 ⓒ막사 테크놀로지(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전쟁 전과 현재의 바흐무트 ⓒ막사 테크놀로지(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바흐무트(Бахмут)는 전쟁 전 인구 7만명의 소도시이다.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가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소련의 혁명가를 기리기 위해 아르테모프스크(Артемвськ)로 불렸다.

9개월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격전을 벌이면서 4000명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흐무트시 부시장은 시민 4천명이 전기와 가스, 물이 보급되지 않는 가운데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무트는 도네츠크 지역의 소도시로 루한스크 지역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러시아가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중부를 향한 초기 진격에 실패한 뒤 지난해 봄부터 러시아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지난 여름부터 그 도시는 최전선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러시아군이 여러 달 동안 바흐무트에서 더딘 진격을 계속하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도시의 북서쪽과 남서쪽에 있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조금씩 조금씩 진격하는데 성공했다.

바그너 용병의 지원을 받은 러시아군은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공식적인 사상자 수는 없지만 연초 나토 소식통은 바흐무트를 방어하던 우크라이나 군인 1명이 사망할 때마다 러시아가 5명을 잃었다고 추정했다.

바흐무트 전투는 전쟁 중 가장 긴 유혈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바흐무트에 수십만명의 정규군과 예비군, 용병들이 투입돼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유혈이 낭자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인들은 진흙과 참호, 나무와 건물이 포격으로 파괴된 지옥 같은 상황에서 소모전이 계속됐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지난 9개월간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물량 공세를 벌여 왔고, 우크라이나도 소모전을 불사하며 도시를 사수해 왔다.

분석가들은 바흐무트가 러시아에 전략적 가치는 거의 없지만, 바흐무트 함락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 중 가장 긴 전투 이후 러시아에게 상징적인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바흐무트의 함락으로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4개 지역 중 하나인 도네츠크 지역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됐다.

그러나 지난 여름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을 때, 우크라이나는 헤르손 등 다른 곳에서 광대한 영토를 되찾았다.

소금과 석고 광산과 거대한 와이너리로 가장 잘 알려진 바흐무크는 몇 천명만 남아있는 황폐한 도시가 됐다.

[바흐무트 전투 일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를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를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2022년 5월 22일-우크라이나군 바흐무트에서 동쪽으로 약 15마일(24km) 떨어진 마을인 포파스나에서 철수.러시아군은 바흐무트 대포 공격 사정거리 확보.

2022년 8월 9일-영국 국방정보국, 바흐무트 지난 30일 동안 러시아의 가장 성공적인 전선. 이 지역에서 약 10km를 전진했다고 분석.

2022년 10월 8일-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 병사들 바흐무트시 공격 시작.

2022년 10월 15일-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바흐무트의 상황이 모든 전선 중 "가장 어려운 상황".

2022년 12월 20일-젤렌스키 바흐무트 방문 병사들 격려 

2023년 1월 25일- 우크라이나군 바흐무트 북쪽의 솔레다르 마을에서 철수.

2023년 2월 3일- 젤렌스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오래 싸울 것"이라며 공세 지속 의사 밝혀.

2023년 3월 10일-서방 동맹국들이 바흐무트의 전략적 중요성에 의문 제기. 우크라이나 병력 보강.

2023년 3월 22일- 젤렌스키 바흐무트 인근 방문 병사들에게 감사의 뜻 전달.

2023년 4월 2일- 러시아 용병 와그너 수장 프리고진 바흐무트의 시청이라고 주장한 곳에 러시아 국기 게양.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한 곳 명확하지 않다"며 시청 함락설 부인.

2023년 4월 11일-프리고진, 바그너가 바흐무트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발표. 우크라이나는 도시의 20% 이상을 "상당히" 통제하고 있다며 부인.

2023년 5월 1일-우크라이나  바흐무트의 일부 진지에서 러시아군 축출 주장.

2023년 5월 10일-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바흐무트 일부 지역의 러시아군이 최대 2km 후퇴했다고 주장

2023년 5월 19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러시아군 격퇴 주장.

2023년 5월 20일-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바흐무트 완전 점령 주장

2023년 5월 25일-프리고진, 바흐무트에서 철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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