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초반에 꽉 잡는 법' 모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한 연예프로그램 제목이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또는 갓 결혼한 남녀 사이에 반드시 자기 남자를 초반에 꽉 잡아야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를 자신에게 얽매이는 존재로, 속된 표현으로 자신이라면 오금을 못쓰고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옳은 말인가? 한국의 텔레비전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황당한 주제가 가끔씩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던져서는 안 되는 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교양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흥미 위주의, 어쩌면 젊은 사람들에게, 또는 사회전반에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남자를 초반에 꽉 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최고의 방법을 내놓은 사람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보면서 어떤 것이 더 값진지도 모르는 것 같아 한없이 불쌍하고 가련해 보인다. 이렇게 연결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며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여자가 자기 남자를 초기에 꽉 잡으면 남자는 여자를 초반에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자기의 틀 안에 끌어넣으려고 하다 보면 결국 소리가 나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에게 주는 매력 때문에 상대의 부족한 부분이 많이 이해되고 융화될 수는 있어도 초반에 꽉 잡아야 한다는 관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밝혀내고 그것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누구든 한 쪽은 진심이 우롱당하고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것도 탈북자인 우리가 모르는 한국문화의 일종이라고 봐야 하는가.

재미있게 보면 되지 무엇 때문에 시비를 하는 가라고 나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내가 다 모르고 있는, 어쩌면 이 사회에 살면서 반드시 이해하면서 공감하고 흡수되고 나 자신도 그렇게 살아야만 할 문화의 한 종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인정하기에는 너무나도 당혹스럽다. 언제인가 젊은 남녀 사이의 동거문화를 다룬 드라마도 있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왔다고 한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소문난 우리민족은 봉건적인 윤리도덕이 특별히 강해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외워왔다. 남자와 여자는 7세가 지나면 한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글에서 봉건윤리를 강조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동거', 물론 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잘못일 수도 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느 언론에서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다. 만약 자기의 여자나 혹은 남자가 혼전 동거경력이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으니 70~80%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혼전 남녀의 동거를 내용으로 하는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어떻게 이해할까.

실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언론이 약간은 왜곡해서 보도한 것인지도 나름대로 의심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론의 보도 모양을 보면 마치 '동거'라는 문화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높은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헷갈린다. 어디까지가 진실로 받아들일 부분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거부해야 할 부분인지 정말로 분간하기가 어렵다. 아직은 한국사회의 많은 부분이 낯설기 때문에 언론을 통하여 옳고 바른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인가.

김지은

실향민 커뮤니티 사이트 '북마루'

콘텐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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