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부딪친 '성매매처벌법'…정부 대책은

선불금 무효화·자활지원금 38억 등 혜택 늘려

경찰청 “유예기간 6개월 충분” 강력 단속 천명

지난 9월 23일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경찰이 전국적인 단속에 들어가자 서울의 일부 성매매 밀집지역 업주와 여성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와 경찰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이 시행된 9월 23일 오후 9시, 서울의 성매매 밀집지역인 일명 '미아리 텍사스'의 업주와 여성 300여명은 업소 앞 소방도로에 모여 전업을 할 수 있는 유예기간과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시위를 1시간 30분 가량 진행하고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10월 중 전국의 내로라하는 성매매 밀집지역 업주 대표들과 모임을 가져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정부와 경찰은 이는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성매매 행위를 용인해달라는 요구라며 엄정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법 시행과 함께 전국 14개 지방 경찰청에 여경기동수사대를 설치, 성매매 사건 전담 수사반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성매매 범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이금형(46) 과장은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이 지난 3월에 통과되면서 6개월이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또 다시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철저히 단속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성부 권익증진국 정봉협 국장은 “성매매 업소 안에서 생계권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새 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성매매를 묵인해 달라는 것과 같다”면서 “여성들 스스로 탈업소해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부는 지난 3월 수립한 성매매종합방지대책을 기반으로 38억원의 예산을 들여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구조에서 자립에 이르는 전 단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현장활동가와 시설 종사자 인력 양성 등 현장 상담센터 및 보호시설 확대 ▲긴급 구조와 선불금 등 해결을 위한 법률 혜택 강화 ▲직업 훈련과 직업재활상담을 통한 경제적 자립 지원 ▲의료비 확대 지원 ▲그룹 홈 등을 통한 거주 지원 ▲직업훈련 기간 중 자활지원비 지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성매매 피해여성지원기관인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혼란은 예측된 것”이라며 “여성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 퇴출되거나 스스로 나오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성매매는 빈곤과 여성차별의 문제인 만큼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자립지원책에 대한 홍보나 설득 없이 무조건 단속을 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여성들”이라며 “현장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살 길 찾을 시간을 달라”시행 4일째 맞은 성매매지역 표정

“길거리 여자가 '위험'하다” 으름장 성매매업주·여성 대책 촉구 시위

“법이 바뀐다고 해도 설마 했지 이렇게 진짜 단속을 할 줄은 몰랐어요”

'성매매알선등처벌법'시행 4일째 되는 9월 26일 오후 6시. 경기도 파주의 성매매 밀집 지역인 '용주골'에서는 성매매 업소 업주 40여명이 모여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우리끼리 경쟁을 하면 안 된다”“순번을 정하자”“매일 모여서 회의를 하자” 등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업주는 기자에게 다가와 “당장 길거리에 나온 여자들이 강간당하게 생겼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저기 '세놓음'이란 쪽지가 붙은 업소 골목으로 들어서던 이모(22·여)씨는 법 시행과 관련, “당장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집으로 간 사람도 있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온지 얼마 안돼 잘 모르지만 당분간 지켜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밖에서 보기엔 우리가 교육도 못 받고 못 배워서 이런 일 하는 줄 아는데, 개인적인 사정이야 있겠지만 여느 기업이나 대학 다니다 온 언니들도 있어요. 회사 다녀봤자 100만원도 못 받는데 대부분 그 돈 받느니 여기서 1년만 고생해서 빨리 나가자는 생각이죠”

업소 주변에서 만난 김모(21·여)씨는 법 시행이나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자립지원책 등을 아느냐는 질문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는 “갈 데 없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일하는 언니들 중에는 아직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언니들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선불금 이야기가 나오자 말끝을 흐렸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세탁소 주인 양모(44·여)씨는 “이 일대가 전부 장사꾼이다. 영업집 밥해주는 아줌마부터 보따리 장사, 리어카, 쓰레기 치우는 청소부까지 아가씨촌에 생명줄 딸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난리야 난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60년 전 주한 미군을 상대로 '번창'하기 시작한 용주골은 마을 전체가 9월 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을 예의주시하며 몸을 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매매 밀집지역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어쩔 수 없다”는 눈치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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