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폐쇄 추진...하반기 행정대집행 예고
자활지원 강화해 성매매 고리 끊는다
2년간 인당 최대 4000만원 지원
시민과 집결지 걷기 등 반성매매 캠페인도

알선업자들 반발 거세...왜곡 여론전까지
“고립된 여성들 소통·지원 방도 찾아야”

김경일 파주시장, 이재성 파주경찰서장, 정찬영 파주소방서장과 시민들이 지난 1월26일 파주시 여행길 걷기에 동참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김경일 파주시장, 이재성 파주경찰서장, 정찬영 파주소방서장과 시민들이 지난 1월26일 파주시 여행길 걷기에 동참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경기 파주시가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골자로 한 불법 성매매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을 새해 1호 공식문서로 결재했고, 연내 집결지 폐쇄를 목표로 전담 TF팀을 꾸렸다. 무허가·불법증축 건축물 이행강제금 부과, 하반기 행정대집행도 예고했다.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조례도 마련돼 1인당 최대 약 4000만원을 2년간 지원한다. 타 지자체에 비해 파격적인 수준이다.

저항은 거세다. 불법 성매매 영업으로 여성들을 착취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업주·건물주들은 조직적으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과 행정처분,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 반성매매 인식 확산 캠페인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개인 선택이 아닌 구조적 여성폭력 문제이며, 집결지 폐쇄·재정비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묻혀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집결지 내부를 둘러봤다. 주차장 부근에 파주시가 불법 성매매 영업 감시 겸 탈성매매 지원 안내를 위해 설치한 초소(컨테이너 박스)가 있는데, 알선업자들이 대형 현수막과 천막으로 보이지 않게 가려놓았다.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집결지 내부를 둘러봤다. 주차장 부근에 파주시가 불법 성매매 영업 감시 겸 탈성매매 지원 안내를 위해 설치한 초소(컨테이너 박스)가 있는데, 알선업자들이 대형 현수막과 천막으로 보이지 않게 가려놓았다.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집결지 내부를 둘러봤다. 주차장 부근에 파주시가 불법 성매매 영업 감시 겸 탈성매매 지원 안내를 위해 설치한 초소(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이세아 기자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집결지 내부를 둘러봤다. 주차장 부근에 파주시가 불법 성매매 영업 감시 겸 탈성매매 지원 안내를 위해 설치한 초소(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이세아 기자

연풍리 집결지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성매매집결지 중 하나다. 성매매업주 전국모임인 ‘한터’ 명패를 단 업소가 많다. 반성매매 활동가들 사이에선 “단속을 피하는 법을 잘 아는 ‘강성 업주들’이 모인 곳”으로 통한다.

지난 1월까지 약 3만㎡ 넓이의 일반주거지역에 74개 업소가 불을 밝혔고 성매매 여성은 200명이 넘었다. 24일 기준 불법 건축물 총 5개소 소유자들이 자진철거 신고를 했고, 이 중 3곳이 철거됐다. 여성들을 데리고 동두천, 평택 등지로 이동한 업주들도 있다.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집결지 내부를 둘러봤다. ‘임대’ 표시가 붙은 빈 건물, 불만 켜 둔 업소도 있었다. 여성들이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인 업소는 5곳 정도였다. 곳곳에 “우리는 살고 싶다” “폐쇄만이 정답이 아니다” “여가부를 폐지하라” “파주시청도 폐쇄하라! 왜 우리만 폐쇄하냐! 같이 죽자!” 등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과거 공무원들이 집결지 내를 돌며 순찰·탈성매매 지원제도를 안내했지만 업주들의 욕설, 폭행, 협박 등에 부딪히며 지금은 용역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주차장 부근에 파주시가 불법 성매매 영업 감시 겸 탈성매매 지원 안내를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 초소가 하나 있는데, 알선업자들이 대형 현수막과 천막으로 가려놓았다.

파주시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일부 알선업자들은 파주시에 다른 살길을 찾을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돼 갈 길이 먼 민간 재개발 사업과 연결해 ‘재개발지역 인권침해’ 주장도 등장했다. “성매매처벌법에 의거한 단속 등의 조치로 집결지 내 여성들을 압박했고, 집결지 입구에 단속초소를 설치해 여성들을 재개발 구역 밖으로 쫓아내고 CCTV 설치를 시도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작나무회는 “현 재개발 조합장은 집결지 성매매업소 건물을 운영하던 건물주고, 조합원에 성매매 업소 건물주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재개발 이익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의 이주보상대책 등을 저렴하게 처리하기 위한조치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파주시는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허무맹랑한 왜곡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자활지원 강화해 성매매 고리 끊는다
“업주들 방해 심각...관의 강한 의지 중요
고립된 여성들 소통·지원 방도 찾아야”

집결지가 사라진다고 끝이 아니다. 알선업자가 떠안긴 거액의 빚이 있는데 갈 곳 없고 당장 생계가 막막한 여성들은 다시 성매매의 늪에 빠져들기 쉽다. 적절한 자활지원은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성매매를 관둔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파주시가 자활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 9일 시행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에 따라 전액 시비로 여성 1인당 최대 4420만원을 지원한다. 대구, 인천 등 타 지자체가 1년간 인당 최대 약 2000만원을 지원한 데 비하면 파격적이다. 

지원 대상자로 결정되면 2년간 생계비,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2년간 자립 준비를 마치면 자립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18세 미만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생계비도 나온다. 조례에 명시되지 않은 법률, 의료, 치료회복프로그램 등도 성매매피해상담소를 통해 모두 지원받을 수 있다. 첫 자활지원 대상자가 지난 11일 선정됐다.

그러나 많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업주들을 거쳐 왜곡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테면 지원 대상과 규모를 실제보다 협소하게 해석해 여성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단정한다. 파주시는 조례에 100명을 지원할 경우의 예산을 어림잡아(비용추계서) 기재했는데, 이를 근거로 “100명만 지원한다는 것이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안) 비용추계서 일부. 100명을 지원할 경우의 예산을 어림잡아 기재했다.  ⓒ파주시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안) 비용추계서 일부. 100명을 지원할 경우의 예산을 어림잡아 기재했다. ⓒ파주시

알선업자들의 통제 강화로 이러한 왜곡과 선동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성매매피해자 상담·지원을 전담하는 여성인권센터 ‘쉬고’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여성 대부분이 연풍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알선업자들의 감시 하에 24시간 생활하는 폐쇄적인 환경이다. 

지역 성매매피해자 상담·지원을 전담하는 여성인권센터 ‘쉬고’의 아웃리치 활동도 올 초부터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활동가들은 본래 정기적으로 집결지를 찾아 여성들에게 탈성매매에 필요한 정보나 상담소 지원 내용, 직업소개 등을 담은 물품을 전달하고 대화와 상담으로 탈성매매에 필요한 당사자 욕구를 파악해왔다. 가족·친구에게조차 자기 상황을 숨겨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원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용기를 준다. 

신박진영 전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알선업자들은 여성들의 위기감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악용해 자신들의 방패로 삼는다. 지금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집결지의 모든 성매매 피해 여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다양한 여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결국 업주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해선 안 된다. (파주시가) 강력한 집결지 폐쇄·탈성매매 지원 의지를 보여주면서 여성들에게 접근하고 지원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시가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일원에서 진행하는 여행길 걷기 프로그램 현장. ⓒ파주시 제공
파주시가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일원에서 진행하는 여행길 걷기 프로그램 현장. ⓒ파주시 제공

한편 파주시는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반성매매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파주읍 연풍리 소재 문화극장에서 성매매 예방교육과 성매매집결지를 걸어보는 프로그램인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길 걷기는 회차마다 지역민과 전국에서 찾아오는 반성매매 활동가 등 약 50~100명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권문영 파주시 여성정책전문위원은 “여행길 걷기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성매매의 해악성, 여성들의 피해 사례 등을 이야기하면서 성매매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문제고, 탈성매매 지원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공감하고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향후 집결지 터에 ‘기억공간’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행길 걷기, 집결지 폐쇄지지 서명 운동, 해시태그 운동 등 집결지 폐쇄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추진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본지 보도 후, 2023년 6월8일 ‘파주시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다음과 같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자작나무회는 이번 투쟁을 위해 임원을 선출하고, 차차 등 연대 단위와의 회의를 진행하며 민주적인 방식으로 투쟁 방법을 결정하는 여성 시민들이다. 투쟁에 참여한 여성들은 제도에 무지하기 때문에 조례 지원을 규탄하는 게 아니다. ‘탈성매매 확약서’를 작성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지원 기간 단 한 번이라도 성매매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받았던 지원금 전액 또는 일부를 반납해야 한다. 1인당 ‘최대’ 4400만원을 지원하는데, 해당 금액에는 주거, 생계, 직업훈련비가 포함돼 있다. 파주시청에서 정해준 곳에서 살아야 하며, 2년 뒤에는 나와야 한다. 용주골에는 홀로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아서 파주시가 제공하는 생활비(1년간 한 달에 100만원)로는 생계를 이을 수 없다고 당사자들은 토로했다. 별이 자작나무회 대표는 “조례 지원을 받으려면 탈성매매 확약서를 써야 하고, 지원을 받는 동안 직원이 탈성매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부분이 부당하다”며 “생계비가 너무 적으므로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직업훈련을 받으며 파주시가 정한 프로그램을 이행하며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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