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제주 해녀 이유정씨
해녀는 공동체 문화, 물질 뒤 회장 지휘 아래 뭍 가로
해녀 수입은 제각각… 물질 깊이·어촌계마다 달라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 제대로 보는 건 제주 해녀”

직업은 한 사람에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고 꿈과 이상을 찾아가는 여정 그 이상이다. 해녀들은 최소의 도구로 해산물을 채취해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공존해 왔다. ‘제주해녀문화’는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의 삶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이자 해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자 업(業)이다. 

제주 해녀 이유정씨와 이호어촌계 해녀 삼촌들. ⓒ이유정 씨 제공
제주 해녀 이유정씨와 이호어촌계 해녀 삼촌들. ⓒ이유정 씨 제공

“해녀회 가입, 모두의 찬성 받아야 정식 해녀 될 수 있어”

제주시 수협 이호어촌계 소속 해녀인 이유정(34) 씨는 제주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어촌 마을에서 해녀 삼촌들을 많이 보면서 자랐지만, 해녀가 될 줄을 몰랐다고 했다. 이씨는 “제주의 많은 젊은이가 부푼 꿈을 가지고 섬에서 육지로 향할 때 청년 이유정의 기세도 늠름했답니다. 서울살이는 드라마틱한 역전 없이 제게 겸손함을 안겨줬습니다. 그 후 많은 시간을 고민했어요.”

그는 해녀 삼촌(제주에서 성별 구분 없이 웃어른을 의미)을 보면서 해녀가 될 결심을 했다. “테왁을 메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해녀 삼촌은 제게 BTS(방탄소년단)였고 전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그 길로 한수풀해녀학교에 등록했다. 그는 해녀학교 졸업 후 다른 해녀들과 마찬가지로 인턴 해녀 과정을 거쳐 정식해녀가 됐다.

해녀가 되는 건 쉬운 과정이 아니다. 해녀회 가입, 어촌계 가입, 수협 조합원 가입, 어업 경영체 가입, 인턴 해녀 과정을 거쳐 정식해녀가 되면 해녀증을 발급받는다. 특히 해녀회 가입은 모두의 찬성을 받아야 가입을 할 수 있고. 마을마다 정관이 있어 정관 내용도 잘 확인해야 한다.

제주 해녀 이유정 씨 ⓒ이유정 씨 제공
제주 해녀 이유정 씨 ⓒ이유정 씨 제공

잡은 해산물 양과 물질 깊이 따라 상군·중군·하군 나뉘어

보통 해녀는 상군, 중군, 하군(똥군)으로 나뉜다. 잡은 해산물의 양과 물질하는 깊이에 따라 나뉜다. 제일 물질 잘하고 수확량이 많은 해녀를 대상군이라고 한다. 이씨는 아직 하군이다. “저는 수심은 30미터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아직 해산물 보는 눈이 없어서 하군입니다.”

해녀 중 리더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군, 상군은 바람, 파도, 조류, 지형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저희 마을 대상군은 해녀 회장님인데 바람, 파도, 조류, 지형을 다 파악하고 계세요.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해녀 회장님을 쫓아다니며 옆에서 보고 배우는 중이에요. 저도 해녀 회장이 될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물질은 하루 3~4시간, 물 때 맞춰 한 달에 8번 쉬어

이씨는 하루 시작은 물때에 따라 다르다. “보통 물때에 따라 다른데요. 오전 7시 물질을 가면 저는 오전 6시에 일어나 물질을 나갈 준비를 해요. 그 준비는 사실 전날 밤부터예요.”

물질은 보통 3~4시간씩 한다. 잡는 해산물에 따라서 물질하는 시간이 다르다. 물질 준비에 대해 “우선 잠을 잘 자야 하고요. 장비를 잘 챙겨두고, 졸린 눈으로 아침에 제 반려동물 이호와 함께 산책 겸 준비운동을 합니다. 여기서 이미지트레이닝이 매우 중요하죠.”

해녀들은 물때에 맞춰 물질을 한다. 그들은 한 달을 음력 달력으로 15일이 되면 4일 쉬고 음력 마지막 날 4일 이렇게 한 달에 8번 쉬고 나머지는 물질을 한다. 잡을 해산물이 없으면 물질을 쉬거나 헛물이라고 해서 소살(작살)로 물고기를 잡거나 문어를 잡으러 나가기도 한다.

트럭에 탄 이호어촌계 해녀 삼촌들  ⓒ이유정 씨 제공
트럭에 탄 이호어촌계 해녀 삼촌들. ⓒ이유정 씨 제공

그는 자신의 트럭을 타고 이호 해녀 탈의실로 출근한다. “막둥이인 만큼, 할 일을 야무지게 해요. 그리고 당 충전을 위해 (해녀 삼촌에게) 커피도 한잔씩 타드립니다.” 그는 고무 옷이 찢어져 있는지 샅샅이 살펴보고 해녀 삼촌들 한 분 한 분 눈 맞추며 오늘 삼촌들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물질할 때는 고무 옷을 입고, 눈(수경)을 쓰고 테왁(해산물 잡아넣는 그물), 호멩이(호미, 돌틈 소라나 문어, 성게를 잡을 때 사용), 오리발, 연철(납 벨트), 장갑, 양말까지 챙기면 물질 준비가 끝난다. 고무 옷은 한 벌 36만원이다. 고무 옷은 해녀의 도구 중 가장 고가이기도 하고 잘 찢어지는 생고무라 조심히 다루고, 말리는 것도 신경 쓴다.

“물질 후 온실 샤워, 이 맛에 물질함쪄~”

해녀는 공동체 문화다. 해녀들은 물질이 끝나면 해녀 회장의 지휘 아래 뭍 가로 나간다. “무거운 테왁을 혼자 들지 못하는 삼촌들은 제가 슈퍼맨처럼 도와드리고, 모두 안전하게 모시고 탈의실에 오면 물질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죠.”

해녀들은 채취한 해산물을 정리한다. 정리된 해산물은 수협에서 수매해 갈 때가 있고. 집에 가져가서 먹을 때도 있다. 그는 힘든 노동 후에 얻는 소소한 삶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의 지혜를 엿본다고 했다. “물질 후에 하는 온수 샤워는 거친 바다와의 혈투 끝에 얻는 최고의 힐링입니다. 이 맛에 물질함쪄~ 라고 삼촌들이 말씀하세요.”

ⓒ이유정 씨 제공
ⓒ이유정 씨 제공

해녀에게 물질은 생업

해녀에게 물질은 생업이다. 어촌계마다 잡히는 해산물이 다르다 보니 해녀 연봉도 천차만별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어촌계는 연봉이 높은 해녀도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연봉이라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수입이 적습니다. 제가 물질로 버는 연봉이 1000만원 정도라면 제일 잘하시는 상군 해녀 회장님은 3000만원 정도 되실 것 같아요.”

이 씨는 해녀 일 이외에도 고깃집을 겸업하고 있다. “보통 오전에 물질을 하고 오후에는 밭일하시거나 전에는 미용실을 하셨던 삼촌도 있었어요. 지금은 물질하고 밭일도 하시고요. 해양 생물 감소나 환경오염 문제도 있지만 제가 잡는 해산물 판매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겸업을 선택했습니다.”

“할머니뻘 동료들, 삼촌들과 함께 물질을 한다는 것도 매력”

제주 해녀의 직업적 보람과 매력에 대해 “물질을 안전하게 다녀올 때마다 매일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꼽자면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는 건 제주 해녀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름다운 제주 바다에서 할머니뻘의 동료들, 해녀 삼촌들과 함께 물질을 한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저는 무료 수영장을 다닌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해산물까지 덤으로 잡고요. 수영 시간이 3~4시간이라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더 튼튼해지고 건강해지고 여름엔 시원한 바다에서 더위를 해소하는 게 좋고요. 눈이 오는 날 한라산에 눈이 가득 쌓인 걸 보면서 차가운 겨울 바다에 들어가면 여전사가 된 것 같아요. 저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기특해요. ‘너는 어디로 출근하니?’라고 했을 때 ‘난 제주 바다로 출근해’라는 말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유정 씨 제공
ⓒ이유정 씨 제공

‘제주해녀문화’ 가치는 인정받았지만, 도 내 해녀는 줄어들어

‘제주해녀문화’는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도 내 해녀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해녀의 물질도 고되지만, 제주 어촌계에 신규 해녀로 가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 내 현직 해녀 3226명, 전직 해녀(은퇴했지만 어촌계원으로 등록된 해녀) 5019명 등 모두 8245명으로 집계됐다. 전직 해녀는 2021년 5010명에 견줘 9명이 늘었지만, 현직 해녀는 3437명에서 6.1%인 211명이나 줄었다. 현직 해녀의 경우 5년 전인 2017년 3985명과 비교하면 19%인 759명이나 줄었다. 현직 해녀 가운데 70대는 1328명으로, 전체의 41.2%, 80살 이상은 762명으로 23.6%이다. 

도는 ‘제주해녀어업시스템’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FAO 관계자가 제주도를 지난 5월에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해녀가 되려면?

해녀에 관심이 있다면 해녀학교 수료도 생각해 볼 법하다.

제주시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 서귀포시 법환해녀학교에서 2~3개월 동안 직업반 양성 과정을 수료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해녀학교 직업반을 수료하더라도 모두 해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녀가 되려면 수협과 어촌계에 각각 가입해야 한다가입을 위해서는 해녀로 활동하려는 지역에 살아야 한다. 어촌계 가입도 문턱이 높은 편이다어촌계 회원들로부터 가입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어촌계 해녀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비를 내고, 해당 수협에도 조합원 출자금을 내야 한다. 가입비는 어촌계마다 다르다

‘인턴해녀’로 해녀삼촌과 함께 다니며 일을 배우면 ‘어업인’ 자격을 충족하게 된다수협법에 따르면 60일 이상 물질에 종사한 경우에 한해 어촌계 가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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