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의 모리스 르블랑을 꿈꾸는 장량 작가 

작가 ⓒ홍수형 기자
장량 작가가 본인의 소설 닐라칸타(2020)와 신작 장편소설 얼굴을 소개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최근 ‘꼴’이 득세하여 ‘얼’이 사라진 외모지상주의 세상이 되었다. 결코 바람직한 미래라고 생각되지 않아 소설 ‘얼굴’을 쓰게 됐다” 

소설가 장량 씨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산장식당에서 만났다. 장량 작가는 1989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과 이듬해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분야에도 연달아 당선되며 주목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목포 시골학교에 도서관이 지어졌다. 당시 내가 본 가장 큰 실내공간이었다. 책이 둘리어 있는데, 숨이 멈췄다. 추리소설을 읽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때부터 책에 빠져 살았다. 5학년부터 글짓기나 독후감 대회에 나가면 항상 수상을 했다.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문학판을 기웃거렸다. 운 좋게 공모전에 2번 당선됐다. 장편소설도 냈다. 그런데 돈이 안됐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태어났는데, 내 꿈만을 좇을 수 없었다. 집안에서 하고 있는 화훼 사업을 이어받아 경제적인 안정을 찾고 나서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장량 작가는 이후 대통령의 밀사, 예술가의 연인, 핵심, 사랑특급, 자살궁전 등의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왔다. 2017년 출간한 위조진폐는 범죄스릴러라는 장르를 빌리고 있지만, 부의 편재, 기회의 분배, 꿈 등 세 가지 코드로 읽은 사회소설로 호평받았다. 2020년 나온 닐라칸타는 한국형 SF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닐라칸타는 현재 영미 출간을 위해 번역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신작 장편소설 얼굴에 관해 물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상이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아니지 않은가. 소설 얼굴은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소설 속 마음이 추한 영지가 성형을 통해 미인이 됐지만, 심성을 바꿀 수는 없었다. 산과 강이 바뀌어도 인간의 심성 본성은 바뀌기 무척 어렵다. 면상보다는 심상을 가꾸고 신경을 쓰면 좋겠다. 물론 교훈을 주기 위해 소설을 쓰는 건 아니다. 그저 독자들이 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재밌고 행복하기만 해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작가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장량 작가 ⓒ홍수형 기자

책 표지에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 아르센 뤼팽의 ‘변장을 너무 많이 하여 본디 얼굴을 읽어버렸다’는 문장을 적은 이유가 궁금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모리스 르블랑의 엄청난 팬이기도 하고, 사람이 성형이나 다른 이유로 자기 얼굴을 바꿔나가면 본성을 잃고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상징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소설 얼굴의 중심 주제와도 같다”. 소설 얼굴은 추리소설의 고수인 장량 작가의 작품답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장량 작가는 얼굴에서 마지막 문장을 가장 좋아하고, 독자들도 감동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고귀한 얼굴은, 나라를 기울게 했다는 절세미인도, 세계 제일 미녀라는 미스 월드도, 억만 관객 티켓파워를 지닌 여배우의 얼굴도 아닌, 보는 이를 기겁하게 하는, 화상 흉터로 얼룩진 얼굴이었다.’

장량 작가는 다음 작품은 빠르면 연말에도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집안이 3대째 화훼농업을 하고 있다. 정원에 있는 식물로 미스테리하고 기상천외하게 살인을 하는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장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은 주로 여성이다. 닐라칸타 해녀가 그랬고, 얼굴의 유라가 그렇다. “존경하는 아내를 중심으로 집안이 양성평등을 이루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웃음). 여성이 가진 힘과 서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