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정책을 평가하는 자리인 ‘윤석열 정부 1년 정책 평가 및 제언 토론회 - 표류하는 성평등 정책 방향키 잡기’를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총론 △젠더폭력 △노동 △가족/돌봄/복지 △평화 △정부를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발제를 요약해 싣는다.
윤석열 정권 1년이 되는 2023년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년, 그리고 한미동맹 70년이 되는 매우 의미있는 해이다. 지난 70년 동안 끝나지 않은 전쟁과 분단, 그리고 동맹의 세월을 한국인들은 함께 살아왔지만, 남남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인식, 분단현실, 통일방안, 한반도미래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이른바 진영간 대결이 계속됐다. 역대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며 국민들의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우리가 현재 보고, 듣고, 또 확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과 평화가 사라졌다. 북한은 다시 적으로 명명되었다(2023년 2월 발간 『2022년 국방백서』에 ‘우리의 적’으로 서술). 그 이유는 ‘북한 위협의 실체와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관계 개선 가능성이 거의 차단된 셈이다. 실제로 2022년 한해 인도적 지원의 성과는 거의 없고 또 남북 직접교류도 전무하다. 정부 주도 통일교육(통일교육원)에서도 ‘평화’는 사라졌고, 대신 ‘안보’통일교육이 강화되는 중이다.

둘째, 남북관계는 미사일 발사 대(對) 한미군사훈련·한미일 합동훈련으로 대결하는 사이가 됐다. 위 국방백서에 의하면 2022년 한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56일 실시되었다. 1.5일에 한 번 실시된 셈이다. 이 훈련들은 방어훈련이 아니라 북한 수뇌부 참수 작전과 같이 매우 공격적인 작전, 또 강력한 핵 억지력(확장억제)을 포함한다. 전쟁 연습이 일상화된 한반도, 이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2022년 한국 국방비는 전 세계 9위, 2023년 국방비는 약 57조 억원 이상인데 여성가족부 2023년 예산은 1조 5천 600억 원 정도로 여성가족부 예산에 비하면 국방예산이 약 38배 많다.
셋째, 한일관계는 미국과 함께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관계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공식화되는 미래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사면해 주고,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다시 상처 주는 이른바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강제징용 피해를 입힌 일본기업 대신 한국이 대신 조정한 기금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하는, 제3자 변제방식에 의한 해결을 제안했다. 또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을 옹호했다.
넷째,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한중 수교 이후 유지해 오던 대만 관련 입장을 바꾸는 발언으로 중국의 비판을 받고, 또 우크라이나에 포탄 수십만 발을 제공하여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로 접어드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일련의 외교적 선택을 통해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점점 거리를 두고, 대신 미국,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북-중-러와 한-미-일 사이에 전개되는 신냉전의 한복판에서 한쪽 진영을 선택하는 중이다. 그사이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늘어나고, 러시아에서 한국기업들은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이익이 사라지면 국민경제도 하락하고 민생도 취약해 진다.
윤석열 정부 1년, 우리의 평화는 위태로워졌고, 적(적국)/적대감은 늘어났고, 안보 불안감 역시 증가했다. 인간안보가 축소됐고, 외교·안보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축소됐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이 너무 불안해졌다. 군사화된 삶이 일상화됐지만, 문제는 무엇이 진정한 안보인가, 질문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평화 감수성은 여전히 낮고, 군사주의 폭력에 대한 민감성은 둔화됐다. 우리는 이렇게 전쟁 훈련이 일상화된 삶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인가?
대통령과 정부가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적대적 세계관을 구현하고, 전쟁 연습에 집중하며, 국익을 포기한 사이, 국내 정치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삶은 더 취약해졌다. 여성들의 노동, 교육, 경제, 정치, 돌봄 등 삶 전반도 악화되고 있다. 대통령이 외교에서 힘의 평화를 강조할 때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일, 그리고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성차별을 개인적 차별이라 주장하고 성평등 정책을 약화시키는 일, 그것은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또 행정안전부와 경창청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국가의 책무, 공공성 강화, 취약계층을 향한 국가의 역할을 외면하는 사이 여성들의 삶의 안전, 일자리 안정성, 일상의 안전은 악화되는 중이다.
하여, 여성들이 헌법을 다시 읽고,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성실한 의무를 진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할 때이다. 무엇이 우리를 진정으로 안전하게, 또 평화롭게 하는지, 여성들이 경험하는 삶의 현실과 외교와 안보 영역 일어나는 매일 벌어지는 불합리한 일들을 교차하며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매일 우리의 인식을 각성하고, 함께 연대하는 길,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