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민의 W초대석] 김영환 충북도지사
4선 국회의원·과기부 장관 출신
7개 시도와 ‘중부내륙특별법’ 추진
도정 최초 여성 비서실장 발탁
“공직사회 양성평등 실현 노력”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부내륙특별법)’을 통해 동·서해안 시대를 넘어 중부내륙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그는 5월 18일 충북도청 접견실에서 가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서해안 연안 중심의 개발시대를 넘어 경기, 강원, 충남, 대전, 세종, 경북, 전북 등 중부내륙을 잇는 ‘중부내륙시대’로 새로운 국가발전의 성장전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다른 정치 역정을 걸어왔다. 종합행정은 처음인데 도지사 취임 1년을 맞는 소회는?

“1973년 대학을 입학한 후 민주화운동으로 제적을 당하고 투옥의 경험도 있다. 전기기술자, 치과의사, 4선 국회의원, 과학기술부 장관 등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왔다. 당적을 바꾼 것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신과 사명을 지키는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간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견지하며 정치활동에 임해왔다. 중도개혁주의 정치의 바탕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보호에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충북도에서 시행하는 의료비후불제, 복지정책의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여성의 사회참여와 권익증진 분야는 미래 사회의 동력으로써 국가발전을 위해 꼭 정책적 관심을 두어야 한다. 지난 1년은 현장이 얼마나 큰 스승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문필가이면서 많은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청년시절을 보낸 분으로서 청년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짤순이’를 만들던 신한일전기에서의 내 노동자 생활을 담은 ‘단순조립공의 하루’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다. 후일 작곡자가 곡을 부쳐 노래로 세상에 나오게 되어 지금도 불리고 있다.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소명과 세상을 바꾸어보겠다는 열정이 있었다. ‘혁명’을 꿈꾸며 취업해 노조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자격증을 땄다. 세상 살기 나아졌다지만 청년세대를 보면 안쓰럽다. 취업, 결혼, 출산 등 모든 것이 막혀 있어 삶의 깊이와 다양한 경험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성세대들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창업과 일자리, 개인의 행복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혹 실패했을 때 패자부활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사회구조적인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청년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품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앞서 ‘의료비후불제’를 언급했는데, 전국 최초의 정책이라고 알고 있다. 어떤 정책인가?

“의료비후불제는 진료를 먼저 받고 진료비를 나중에 지불하는 세계 최초의 혁신적인 정책이다. 기존 선불 진료시스템을 뒤엎는 정책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후행복지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행적 의료복지제도이다. 노인 및 취약계층이 많이 겪는 질환 중 자기부담금액이 큰 임플란트, 슬관절․ 고관절, 인공관절, 척추, 심·뇌혈관 등의 수술을 받으면 도에서 의료비를 대납해주고 환자는 장기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9일 첫 임플란트 환자를 시작으로 5월 12일 기준 207명이 5억2500만원을 신청했는데, 의도적 체납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기쁘다. 누구나 의료비 부담 때문에 질병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평등하고 공정한 의료복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관련해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강원도와 전라북도도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좀 더 큰 틀의 국가발전전략으로 이를 제안하는 것이다. 미국·일본과의 교류를 위해 부산, 울산, 포항 등을 중심으로 근대화를 이끌었던 70~80년대를 동해안시대로 부른다. 90년대 중국과의 수교가 열린 이후 인천, 평택, 서산, 당진, 군산, 목포 중심으로 한 서해안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다. 중국의 경제발전전략이 상해 등 동부연안 중심에서 청두, 충칭 등 서부내륙지역으로 이동한 것처럼 한국도 연안중심 개발정책의 부작용을 해결하고,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제 ‘해안과 함께 내륙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의 축으로 ‘중부내륙시대’를 열어야 한다. 항만도 없고, 경부선도 비껴간 충북도에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는 전혀 없었다. 동·서해안 연안 중심의 국가성장전략으로 인해 중부내륙지역은 각종 성장혜택에서 소외되어 사회양극화, 지역소멸의 위기에 놓였다. 수도권·충청권 주민의 식수와 산업·농업용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충주댐·대청댐 등 다목적댐과 백두대간 보호지역,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개발 제한 등 과도한 규제와 지속적인 희생만을 강요받은 것이 현실이다. 중부내륙지역이 겪고 있는 규제를 풀거나, 변화시켜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인 입법의 필요성에 따라 특별법을 추진하게 되었다. 특별법은 환경규제보다는 환경보호를 강화하자는 것이 핵심으로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환경기초시설 설치 지원, 균형발전 및 인구소멸 예방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 광역교통망, 철도·도로 등 SOC 건설 정부지원 등이 주요 골자이다. 이는 충북과 같이 저발전 내륙지역을 가지고 있는 경기, 강원, 충남, 대전, 세종, 경북, 전북 등 인근 시·도와 협력해 추진할 예정이다. 법안은 발의(2022년 12월 29일)와 입법예고를 거쳐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인데 행안위 심사를 상반기에 마치고, 법사위와   본회의 심사를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연내 제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

-‘대기업 중심 첨단우수기업 60조 투자유치’를 공약했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도민께 약속드린 투자유치 60조원 중 31조8668억원(2023년 5월 12일 기준)을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조기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이는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국가첨단전략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 등 경제파급효과가 큰 대기업과 중견기업 투자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추진한 결과이다. SK하이닉스(15조), LG엔솔(4조),현대모비스(0.13조),에코프로에이치엔(0.35조원)의 실투자가 이루어지면 2만25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자본유입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들기와 문화·교육·의료 중심의 정주여건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청남대와 대청호를 연계 개발해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와 관련해 관광 충북의 비전을 들려 달라.

“충북은 바다가 없는 유일한 도(道)이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지리적인 한계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혁신적 마인드를 통해 충북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대청호와 청남대의 연계 관광 자원화는 레이크파크의 거점사업으로 향후 친환경 문화생태 중심의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우선 가능한 사업은 시행하겠지만, 그간 적용된 과도한 규제를 풀고, 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물과 산, 사람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충북만의 고유 브랜드가 될 것이며, 정체성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정신적 토대가 될 것이다.”

-4급 이상 여성 고위공무원 확대 방안은?

“도정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을 발탁했다. 본청 12개 실·국 중 6개 국·주무과장 등 주요 보직에 여성관리자를 과감히 배치해 유리천장을 해소하고자 했다. 4급 이상 여성공무원(시·군제외) 비율은 2020년 7.9%에서 2023년 23.4%까지 상승 중이다. 5급 이상 임용에서 여성공무원 목표비율을 28%로 자체 설정해 최소한의 여성 대표성을 확보하겠다. 향후 공직사회에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노인, 청년, 여성 등 세대를 관통해 1인 가구의 증가가 예사롭지 않다. 광역단체 차원의 정책적 대응은 어떠한가?

“충북의 1인가구 비율은 매년 증가추세이다. 2021년 기준 충북의 1인가구 비율은 36.3%로 전국 평균 33.4%보다 높다. 여성가족부 공모사업으로 1인 가구 고독·고립 방지를 위한 ‘1인가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사업’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1인가구 정서적 지원을 위한 심리·상담서비스와 경제·생활교육 등 역량강화, 동호회 및 자조모임 등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여성 1인가구 안전환경구축사업도 중요하다. 도어가드 보안장치, 창문열림방지장치, 휴대용 비상벨, 송장지우개 등으로 구성된 안심홈세트를 지원하고 있고 우범지역에 로고젝터·벽화·CCTV 설치 등 범죄예방환경설계(CEPTED)를 통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여성신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큰 저항 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여성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성신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이 신장되는 미래가 열리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