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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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잇따른 차량 도난사건에 대한 집단소송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2700억원 규모의 보상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은 18일(현지시각)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도난 관련 차량 손실 또는 손상에 대해 보상하고, 보험 적용 차량은 보험료 인상·기타 보험 비용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도난방지를 위한 차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고객은 300달러(약 4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동차 도난을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830만 대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기아 측은 합의에 드는 금액이 약 2억 달러(2700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차량 소유자 900만명을 대상으로 하며 차량을 도난당한 소비자들에 대한 현금보상 1억4500만 달러가 포함됐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일부 모델 중 '푸시 버튼 시동 장치'와 '내부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을 900만 대 가까이 판매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들 차량에 대해 미국 당국이 요구하는 도난 방지 요건을 모두 갖췄지만, 고객 차량의 보안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절도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놀이’처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이 장치가 없는 현대차·기아 차량이 절도범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피해 차주들은 “결함이 있는 차를 만들어 팔았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도난 관련 차량 분실·손해를 입은 차주에게는 보험 공제액, 보험료 인상액, 기타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된 2011∼2022년형 모델 약 900만대가 절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로 푸시 버튼 시동 장치와 내부에 도난 방지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기본 트림’ 또는 보급형 모델들이다.

미국 규제 기관에 따르면 푸시 버튼 없이 자동차를 훔치는 방법과 도난 방지 장치를 고정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SNS 영상이 확산된 뒤 미국에서 최소 14건의 충돌 사고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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