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공화당은 미국이 얼마나 빌릴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으로 의무화된 한도인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것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충돌에는 정파적인 이해관계가 엮여있다. 현재의 부채는 31조4천억 달러, 우리돈으로 셀수 없을 만큼 많은 4경1,560조원에 이르는 상한에 도달했다. 미 재무부는 일종의 속임수라 할수 있는 '특별한 조치'를 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르면 6월 1일 연방정부가 부도(채무불이행. Default)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부채 한도(Debt Ceiling)는 무엇인가?

부채한도는 정부 부채에 대한 총액제한이다.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1917년 의회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재무부가 정해진 금액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됐다.

반대로 연방정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는 적자 재정을 편성할 수 없도록 규제한 제도이기도 하다.

미국은 초기 이 제도 속에 채권, 어음 등 다양한 부채의 개별적인 한도를 설정했지만 1939년부터는 부채 총합에 대한 규정으로 변경했다.

미국 공영라디오(NPR)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부채 한도를 높이기 위한 투표는 의회의 일상적인 것이었다. 1960년 이후 의회는 공화당 대통령 집권때 49번, 민주당 대통령 집권때 29번 등 78번이나 상한선을 올렸다. 1963년 5억달러를 삭감한 3000억달러 한도를 마지막으로 단한번도 감소된 적은 없다.

1980년대까지 한해 수백억달러 수준이 증가하는 규모였지만 1990년대이후로는 한번에 수천억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부채한도는 10조달러를 넘어섰으며2019년에는 20조 달러로 올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부채상한 협상은 의회의 당파적 분열이 증가하는 가운데 격렬하게 변했다. 부채 한도는 2021년에 마지막으로 31조4천억 달러로 조정됐으며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부채는 왜 쌓이는가?

1월말 외환보유액이 4055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미국 연방정부는 해마다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차액을 메우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린다. 

그것이 정부 빚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인 것보다 더 적은 돈을 썼던때는 불과 몇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지출 증가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 고속도로나 국립공원 건설 등으로 지출이 급증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때인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드물게 흑자재정을 유지했다.

NPR에 따르면 연방정부 예산 중 사회보장과 의료지출 같이 거의 고정적인 지출항목에 해당하는 경직성 예산에 63%에 이른다. 

연방정부 예산권자들의 재량권이 많은 사업 예산은 30% 정도다. 대표적인 예산이 국방비로 전체 사업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경직성 예산 중 최근 급증하는 것이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이다. 2021년에 예산의 1.6% 였던 이자는 최근에는 6% 정도로 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산의 15%를 차지했던 1990년대 중반보다는 높지 않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낮은 기준금리 덕분에 이자에 대한 부담은 줄었으나 최근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그 만큼 연방정부의 이자부담도 늘었다.

2022년 마지막 분기의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은 2130억 달러로 전년 같은 분기의 630억 달러보다 3.3배 늘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3조달러에 연방정부 부채는 31조 달러로 부채비율은 130%에 가깝다.

역대급 부채 누구 책임일까?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 추이 ⓒNPR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 추이 ⓒNPR

미국 연방정부 빚은 지난 20년동안 400% 늘었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당시 미국 국가부채는 19조9000억달러였으며, 2021년 1월 퇴임 시점에 27조8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최근 미국 총부채는 31조4000억달러로 트럼프 재임당시 불어난 7조9000억달러는 전체의 약 25.16%수준이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의장은 지난 4년간 민주당이 30%, 4000억달러의 지출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지출이 약 30%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9년 회계연도 지출은 1조3000억달러였지만, 2022년 지출은 1조7000억달러였다. 이 4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간 2년이 포함돼 있고, 당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였다. 민주당만이 늘렸다기 보다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출증가 책임도 있는 셈이다. 특히 매카시 의원도 2020년 코로나팬데믹으로인한 정부지출 확대안, 경기부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누가 채권을 갖고 있나?

미국 채권 보유 상위 10개국 ⓒ미 재무부
미국 채권 보유 상위 10개국 ⓒ미 재무부

미 정부 빚의 약 75%는 외국을 포함한 국내외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해외 정부가 보유한 부채는 전체의 약 3분의 1이다.

일본은 2022년 11월 1조8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해 외국인 최대 국채 보유국이다. 다음은 8,700억 달러를 갖고 있는 중국이다. 일본과 중국은 자국 통화보다 달러 가치를 더 높게 유지하기를 원한다. 이는미국으로의 수출을 감당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것은 그들의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은 2006년 영국을 제치고 외국인 2위 자리에 오른 뒤 보유액을 6,990억 달러로 늘렸다. 영국은 6,458억 달러로 세 번째로 큰 보유국이다. 브렉시트가 경제 약세를 지속하면서 보유자산 순위가 상승했다. 룩셈부르크가 3,329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 부도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1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끝난 후 시민들이 타임스퀘어를 걷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던 퍼레이드가 올해 다시 열려 구경꾼과 관광객 등 약 8천명이 행진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미국 뉴욕ⓒAP/뉴시스

CBS 뉴스는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공직 사회와 금융과 사회보장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CBS에 따르면 6600만명에 이르는 사회보장 수급자들이 제때에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보장재원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노인층과 다른 수급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수 있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 의료보험(Medicare)과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의료보험(Medicaid)지원이 중단될수 있다. 이 혜택을 받는 사람은 1억5800만명으로 미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신용카드를 비롯한 금리상승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수 있다. 주택담보대출(Mortgage) 금리가 현재 6.8%에서 8.4%까지 뛸수 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일주일 혹은 그보다 짧은 기간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수 있으며 그 짧은 기간도 이미 취약한 미국 경제를 훼손시키는데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더 오래 지속될 경우 78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은 현재의 두 배인 8%까지 치솟는 등 깊은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정부는 이미 지난 1월 부채한도를 넘겼지만 재무부가 공공분야 투자를 미루거나 정부 보유 현금을 활용해 급한 곳부터 돌려막는 등의 특별조치로 디폴트를 피해 왔다.

벼랑끝 협상, 다음 주 타결 가능성

공화당의 부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트위터
공화당의 부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트위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부채 한도 협상을 했으나 합의 없이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공화당) 등 미 의회 지도부는 이날 백악관에서 재회동하고 부채 한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매카시 하원의장,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여전히 거리가 멀지만 이번 주말까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대가로 예산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2인자인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의원은 31조4000억달러의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대가로 4조8000억달러 이상의 지출을 삭감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7개국(G7) 회의와 아시아 순방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순방 일정을 축소할 계획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중이지만 연방정부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한 백악관과 공화당의 협상은 18일(현지시각)에도 이어졌다.

이는 이든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단축하는 등 부채한도 상향 협상 타결 의지를 보인 상황에서 실무협상에서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다음주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추가 담판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이날 협상이 진행된 의회로 점심 도시락이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AP 통신이 보도하는 등 양측 실무팀은 분초를 아껴가며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민주당과의 화상 회의에서 협상 실패로 인한 디폴트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며 "다음 주 부채한도 협상 합의안을 놓고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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