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루이즈 아버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 위원

올해 7월 1일자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 새로 부임한 루이즈 아버(Louise Arbour) 여사는 캐나다 대법관을 지낸 여성이다. 메리 로빈슨 전 인권고등판무관의 뒤를 이어 또 다시 여성인 아버 판사가 인권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국제적으로 그에 대한 좋은 평판과 더불어 임명을 환영하는 여성계의 성명이 인터넷에 돌았다. 어떤 분일까, 그 동안 기대가 컸는데,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인권기구대회와 외교부 주최의 굿 거버넌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던 아버 인권고등판무관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개막식과 한국 비정부기구(NGO)와의 만남, 그리고 외교통상부 장관 초대의 소그룹 만찬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만나본 아버 판무관에 대한 인상은, 인권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단호했고, 성품은 소탈해 보였다. 한국 도착 이후 아프리카의 수단에서 갑자기 사건이 생겨 한국에서의 4일간의 일정이 3일로 줄어들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두 개의 국제회의를 소화해야 함에도 “NGO와의 만남은 이번 한국 방문의 하이라이트”라며 NGO와의 만남을 취소하지 않고 일정을 조정하여 성사될 수 있었다. 대신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들어서 너무 아쉬웠다.

한국의 여러 인권사안 중에서 고등판무관에게 설명한 이슈는 국가보안법,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주노동자 문제, 일본군'위안부' 문제, 정보인권, 비정규직노동자 문제 등 여섯 가지였다. 각각의 피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되었고, 일본군'위안부'문제는 길원옥, 황금주 두 분이 참석했다. 설명 후 판무관이 대답을 할 시간은 5분밖에 없었는데, 첫 마디가 “한국 사회의 인권문제가 아주 오래된 '위안부'문제부터 최신의 정보인권 문제까지 참 다양하고, NGO들의 운동 수준이 높은 데 놀랐다. 이번 한국 방문이 개별국가에 대한 방문으로는 첫 번째인데, 다음부터는 현장방문을 할 때 NGO부터 만나고 외교부 등 정부대표를 만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5분이 아니라 다섯 시간이 있더라도 만족스러운 답을 못할 것이라면서 관련 정부를 만날 때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소규모 만찬에서는 북한문제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참석자 중 북한의 인권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북한이 변화하기를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는데, 아버 판무관은 이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에 민주주의가 있는 증거로군요”라고 외교적(?)으로 수습했다.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가벼운 토론이 있었다. 장관, 대사 등 고위직의 여성 임명은 한국이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심의받을 때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시행해야 될 것이라고 하여, 아버 판무관의 확고한 양성평등에 대한 원칙을 읽을 수 있었다.

메리 로빈슨 전 인권고등판무관은 대통령을 지낸 관록으로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는데, 루이스 아버 신임 판무관은 편안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서 훨씬 친화력이 느껴졌다. 또한 아버 판무관을 수행한 보좌진과도 사귈 수 있었다. 앞으로 아버 인권고등판무관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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