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수차례 찾아가 보도 자제 요구
진흥회 “피해자가 원치 않아…2차 피해 우려”
확인 결과, 피해자·진흥회 간 보도 관련 논의 없어
고위 관계자 “피해자 관련 발언 기억 안 나”
인사 조치 요구에도 부회장 처분 없어

ⓒ한국발명진흥회
ⓒ한국발명진흥회

특허청 산하 한국발명진흥회(진흥회)에서 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직원 2명이 퇴사했다. 이에 대해 국회가 자료를 요구하자 진흥회 고위 간부가 찾아가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며 사건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여성신문 취재 결과, 진흥회는 보도와 관련해 피해자와 단 한 번도 상의한 적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사 성희롱으로 여직원 줄퇴사…가해자는 재직 중

지난 12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발명진흥회 지부에 재직 중인 A(41) 팀장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피해자들에게 수시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퇴사한 직원들이 제출한 성희롱·성폭력 고충신청서에 따르면 A씨는 여성 팀원들에게 "와이프랑 성관계하며 피임은 항상 챙기고 있다", "전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술만 먹고 헤어졌다, 와이프가 아니었다면 성관계를 했다"등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했다.

A씨는 같은 해 한 여직원에 "자취해라, 여자가 자취해야 남자가 행복하다"며 "나는 여자친구 사귈 때 항상 모텔 안가고 여자친구 집에서 사랑을 나눴다"고 발언했으며, 다른 여직원에는 "여자는 남자가 술 마시고 자빠뜨리면 끝이다", “자취를 해야 남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카드 줄 테니 전 직장 상사에 접대도 해라”, "코로나 걸렸으면 뽀뽀라도 한 번 할텐데", "가디건 단추가 풀렸다, 무슨 큰일 날 짓을 하려고",라고 말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이어갔으며, “나 신고하면 네 어머님 찾아갈 거야”라며 협박성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직원 2명이 연이어 퇴사하며 회사에 성희롱·성폭력 고충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위원들은 A팀장의 발언이 중과실임을 강조하면서도, ‘고의성이 없었고, 피해자가 업무 공백 최소화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을 결정했다. 1개월 정직을 마친 A팀장은 5월 현재 같은 지부에 재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진흥회, 의원실 찾아가 보도 자제 요구 “피해자가 원치 않아”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센터 건물 전경. ⓒ한국발명진흥회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센터 건물 전경. ⓒ한국발명진흥회

17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손모 진흥회 상근부회장과 인사부서장 B씨 등은 진흥회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자료를 요구한 이종배 의원실을 찾았다. 진흥회를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손 부회장은 의원실 비서관에 "이미 징계한 사안이다. 당사자가 재직중이니 보도하지 말아 달라"며 보도 자제를 요구했다.

손 부회장은 "피해자들은 이미 퇴사하지 않았냐. 당사자가 재직중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는 비서관의 질문에 "가해자가 정직 후 복귀해서 근무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가해자 보호를 위해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묻자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 2차 피해가 우려 된다"고 말을 바꿨다.

진흥회 측은 이후로도 수차례 의원실을 찾아가 피해자를 핑계로 사건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인사부서장 B씨는 "피해자들이 더 이상 연락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낸 사직서에 해당 내용(더 이상 연락을 원치 않음)을 기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흥회·피해자 간 소통 없었는데…허위보고 묻자 “기억 못 해”

그러나 손 부회장과 B씨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이종배 의원실 확인 결과 진흥회는 두 피해자가 지난해 10월 퇴사한 이후 보도와 관련해 연락한 바 없으며 피해자들의 사직서에도 연락을 원치 않는 것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사건 보도를 막기 위해 거짓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들먹인 셈이다.

손 부회장은 의원실에 찾아가 피해자를 거론하며 보도 자제를 요청한 사실에 대해 “기억 못 한다”는 입장이다. 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비롯해 당시 동행한 직원 모두 제가 '이미 징계한 사안이니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한 건 기억하지 못 한다. 피해자들이 보도를 원치 않는다는 말을 제가 했다는 것도 동행했던 이들 모두가 기억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상의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흥회는 인사부서장 B씨가 피해자들이 연락을 원치 않는다고 언급한 것에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흥회 측은 의원실에 인사부서장의 발언과 관련해 제출한 사유서에 “허위보고 의도는 없었으나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게 말씀드린 사항에 깊이 반성한다”고 기재했다.

이종배 의원실이 진흥회에 인사조치와 징계 등을 요구하자 인사부서장 B씨에 대한 인사 발령이 이뤄졌다. 반면 손 부회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인사조치와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성신문은 손 부회장과 진흥회 측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종배 의원은 “피해자들을 핑계로 보도를 무마하려고 한 것이야말로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라며 “진흥회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진흥회의 비위 및 부패와 관련해 면밀히 살피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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