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파양 끝 추방…국가·기관에 소송
1심 “기관 책임 인정…국가 배상 기각”
원고측 “국가 책임 불인정 유감... 항소 고려”

서울고등법원. ⓒ뉴시스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추방된 해외 입양인에게 당시 입양을 알선한 기관이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박준민)는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아담크랩서(한국명 신송혁)씨가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홀트)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 역시 피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신씨는 3세였던 1979년 당시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파양됐다. 이후 또 다른 가정에 입양됐지만 16세에 다시 파양됐다. 두 번의 파양을 겪으며 신씨는 시민권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했고 이후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경범죄 전과가 발견돼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후 신씨는 2019년 1월 국가와 홀트를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홀트가 시민권 취득시까지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했지만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첫 입양 이후 시민권 취득을 위한 절차가 남아있던 만큼, 홀트가 이를 고지하고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비롯한 입양 및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해외입양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04. ⓒ뉴시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비롯한 입양 및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해외입양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04. ⓒ뉴시스

다만 홀트 측이 기아 호적(고아호적)을 꾸며 입양을 진행했다는 신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아동카드 기록 등 정황을 감안하면 신씨를 보육원에 맡긴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려 한 것을 짐작할 수 있고, 무적자 취적에 앞서 친부모를 찾기 위한 기관 측 의무도 2005년에 들어서야 명시화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국외입양 과정에서 국가가 국적 취득 여부 확인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이 같은 규범은 선언에 가까워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번 재판은 해외 입양인이 불법 입양을 주장하며 국가 배상을 요구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날 선고 직후 신씨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김수정 변호사는 “홀트에 대해 불법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불법 해외 입양을 주도하고 관리·계획·용인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소송은 불법 해외입양에 따른 아동 인권침해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 고통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며 “원고와 의논해 항소해 다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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