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드러내 정책과제 삼아야 한다

초고령자 70% 이상, 독거노인 80% 이상 '여성'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200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거론하며 부상케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 정부의 고령화 정책의 부실성과 부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b3-1.jpg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염려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시각이 너무나 자기중심적이며 현실감각이 뒤떨어져 미래로만 치우쳐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편한 생각에 지금 당장 몸살을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여성노인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이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한 56년 당시는 세계의 평균수명이 남자 42.5세, 여자47.9세였던 것이 2000년에는 남자 63.3세, 여자 67.5세로 20년 이상 연장되었는데도 고령자로 정의하는 '65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사고방식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60년 52.3세였던 것이 2003년 현재는 76세를 넘기고 여성의 경우는 80세가 넘어갔다. 따라서 65세 이상의 남녀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모두 고령자로 정의하고 젊은이들의 등에 기대어야 살아가는 인구집단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정말 큰 잘못이다.

고령자 가운데도 할아버지, 할머니, 부자와 가난한 자, 유식자와 무식자, 건강한 자와 병약한 자 유직자와 무직자 등을 구분하여 이들에게 타당한 문제제기와 대처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고령자로서 가장 많은 문제점과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노인 즉 할머니들의 문제를 짚어보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중 62.2%는 여성이고 37.8%만이 남성이다. 2003년 현재 노령인구를 400여만 명으로 추산, 이중 248만 명은 할머니이고 132만 명이 할아버지들이다.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7∼8년 더 긴데다가 3∼5년 연상의 남자와 혼인하여 노후 10∼15년은 과부로 혼자 사는 할머니가 홀로 사는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많다.

또 65세 이상의 남성은 86.3%가 배우자가 있는 데 비해, 여성의 경우 31.7%만이 배우자가 있으며 독거노인 중 84.6%는 여자 노인이다. 2003년 현재 80세 이상의 초고령자가 56만4000여 명인데 그 중 41만2000명, 즉 '73.2%'가 할머니들이다.

평균수명, 의식 남성노인보다 훨씬 앞서

이 할머니들은 전통적인 남녀차별의 사회 환경에서 태어나 노인이 되기까지 남성에 비하여 아주 불리하고 취약한 조건에서 살아오면서 할아버지들에 비하여 교육수준이 낮아 문맹률이 7배나 높고 고등교육 이수자는 8분의 1에 그친다. 무급 노동자가 또래 할아버지들보다 9배나 높다. 그런데 이들 할머니의 가슴과 머리 속에도 21세기 여성시대의 의식은 자리잡고 있어 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10년 또는 20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면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곧 여성문제이며 따라서 노인복지정책은 할머니복지정책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노인정책에 여성, 즉 할머니가 따로 존재하는가. 향후엔 할머니들의 앞날을 위한 정책적 과제를 화두로 삼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신용자 한국씨니어연합 상임대표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