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공개 앞둔 장애인 인권영화 두 편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장애인을 만난 적도, 이야기해 본 적도 없었다.

적어도 은혜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서 은혜를 처음 만났을 때, 다운증후군의 열네 살 소녀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할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의 박경희 감독

“우연히 장애인 소식지에 실린 기사 하나를 읽었다. 쉰이 다 돼가는

한 남성 장애인의 성에 관한 고백기였다. 그 때까지 난 한 번도 장애인을 직접 만나본 적도, 알고 지낸 적도 없었다. 그들에게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나는 몰랐었다”

'질라라비'의 서동일 감독

다운증후군 소녀 일상 담은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장애인의 성·사랑 다룬 '질라라비'마지막 '구슬땀'

내년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뜨거운 여름, 수많은 땀방울 속에 완성된 영화 두 편이 있다. 한 편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프로젝트 인권영화인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감독 박경희)이고 또 한 편은 다큐멘터리 필름 '질라라비'(감독 서동일)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내 평생 이런 믿음과 사랑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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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박경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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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의 한 장면.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은혜와 이쁜이 아줌마. 실제로 은혜 옆집에 살고 있는 신인숙씨가 이웃집 '이쁜이 아줌마'로 출연했다.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정평이 난 박경희(38) 감독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열네 살 소녀, 은혜의 일상을 토대로 한 장애인 소녀의 성장영화다. 은혜는 만화가 장차현실씨의 딸로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를 비롯해 각종 신문과 잡지에 만화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운증후군 소녀. 장래희망이 배우일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열혈 소녀다.

“모여대의 금혼학칙 폐지나 가족동반자살에 대해 다뤄보려 했었죠. 그러다가 인권위의 담당자로부터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은혜라면 같이 해볼만 하겠다 싶어서 은혜에 대한 영화로 방향을 바꿨어요”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은혜가 박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 감독을 옆에 두고 제작프로듀서에게 가상의 한 아이를 이해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던 말이다. 박 감독에게 깊은 울림을 준 말이기도 하다.

“마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은혜 자신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렸죠. 은혜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따돌리고 이해 못하더군요. 그건 아마도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촬영 중에는 은혜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냈다. 박 감독은 평생 그렇게 한 사람(은혜)을 무조건 믿고 사랑해본 적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보답하듯 은혜도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다. 영화 속 대사들은 실제 은혜가 한 말을 옮긴 것이라 한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은혜에게 밀착해 은혜의 일상을 관찰한 박 감독은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관계맺기에 서툰 것은 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해버린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캠프에 간 은혜가 밥 먹는 자리에 없는 거예요. 캠프에 온 아이 중 그 누구도 은혜를 데려오려고 하지 않았던 거죠. 선생님들도 그런 은혜와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요. 놀이를 통한 교육현장에서조차 장애인은 배제되고 마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속에서 순수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은혜를 통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밖으로 물러나 있는 장애인의 삶을 친밀하게 끌어안으려는 것이 이 영화가 갖는 진정한 가치다.

질라라비

“40대 남성 장애인의 성고백이 작품 출발점”

장애인의 성을 인터뷰 형식으로 다룬 서동일(34) 감독의 '질라라비'는 일할 권리, 이동할 권리, 사랑할 권리 등 인간으로서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빼앗긴 장애인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타이틀인 '질라라비'는 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기억 속에 사라진 닭의 이름이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고, 돌아다닐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가 잊고 있다는 것을 빗댄 제목이다.

“우연히 읽은 장애인의 성고백기가 이 영화를 만들게 했죠. 마흔이 넘은 뇌성마비 장애인이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다고 쓴 글이었어요. 이성관계는커녕 비장애인과 친구사이조차 될 수 없는 게 그들의 현실이에요”

인터넷을 통해 작업에 참여할 여성 장애인 스태프를 구했고 그녀를 통해 더 많은 스태프와 출연자를 구했다.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다. 남아 있는 촬영은 이번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성행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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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문제를 통해 장애인 인권실태를 고발한 서동일 감독.

“신체의 장애로 인해 성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 경우도 사회의 무관심과 차별로 당연히 보장받아야 될 권리가 무시되고 또 방치되는 것이죠”이 영화 제작의 계기가 됐던 성고백기의 주인공도 직접 출연한다. 고향인 충북 예산에서 서울로 나들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집에서 예산역까지 전동휠체어로 3시간, 역 화장실에서 10시간 동안 휠체어배터리를 충전하며 밤을 새우고 기차를 타요. 그렇게 서울에 오면 같은 뇌성마비 장애인인 친구 집에서 며칠 지내다 오는 게 다예요”

'질라라비'는 '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로 시작된 영화지만 결국 '성'을 통해 장애인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장애인에게도 사회적 관계를 맺을, 사회적 활동을 할 권리가 있어요. 그럴 수 있도록 사회가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는 거죠. 그것은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아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동반자로 인정할 때 가능할 겁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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