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치료의 대상이었던 정신장애인들이 스스로를 “신경다양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정신장애인에 차별적인 제도들을 바꾸기 위해 신경다양인들 간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freepik
혐오와 치료의 대상이었던 정신장애인들이 스스로를 “신경다양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정신장애인에 차별적인 제도들을 바꾸기 위해 신경다양인들 간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freepik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선진국에서도 오랫동안 추적해온 질문이다. 여러 국가에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진입과 교육 단계에서는 과학기술을 남성의 분야로 보는 성별 고정관념과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직군에 대한 이해 부족, 역할모델의 부족, 여성 차별적 교육환경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경력개발 단계에서는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오는 암묵적인 차별,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여성의 리더십 발휘 사례 부족, 성희롱 등이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9년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여성 과학기술 인력도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에서 여성 역할모델의 부재, 네트워킹 기회의 부족, 여성에게 불리한 인사제도, 육아 휴직 후의 직무 배정과 승진에서의 불이익, 경력개발의 기회 부족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학기술계의 분위기는 여성의 자신감을 저해하고 성공에 대한 동기를 낮추어 인력 누수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D&I 증진 위해 민간 활동 활발
기업·연구소·대학 전담 부처 설치 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진국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 D&I) 증진을 위한 노력이 민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형평성(Equity)이 추가된 DEI(혹은 DE&I)로 불린다. 해외의 기업, 연구소 뿐만 아니라 대학까지도 DEI 증진을 위한 전담 부처를 설치하고 고위급 임원을 책임자로 전사적인 교육과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교육자료를 공개하여 DEI 확산에 힘쓰고 있다.

여성이 소수 그룹으로서 겪는 불이익과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름이 존중되며 남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허용되고, 업적과 역할이 인정받는 포용적 문화는 여성의 경력 지속뿐 아니라 여성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동기를 높이게 된다. 또한 조직의 성공과 발전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포용적 기업은 가장 혁신적인 의사 결정으로 기술 혁신과 생산성이 증대되며, 구성원의 소속감이 높아서 이직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력 누수도 방지할 수 있다.

다양성·포용성, 혁신과 성장의 요소
법제도 마련과 함께 문화 구축 시급

국내의 경우 여성의 경력 단절을 완화하기 정책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 일-가정 양립에 집중되어 있고, 선진국에서 강조되고 있는 조직의 다양성 증진과 포용적 문화의 실현은 아직도 많이 뒤처져 있다. 과학기술계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은 혁신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다양한 관점이 반영된 과학기술은 조화로운 과학기술 중심 사회 실현의 기반이 된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중요한 요소이며 ESG 경영의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법과 제도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민간이 주도하여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에 대한 자원을 지원하고, 전방위적인 홍보를 통해 구성원의 인식을 개선하고 문화적 변화를 끌어내야 할 때다.

오명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여성신문
오명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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