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을 쓴 찰스 3세 ⓒ영국 왈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영국 왕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왕위 계승을 기다렸던 찰스 3세가 6일(현지시각) 마침내 대관식을 치르고 영국 윈저왕조의 5대 왕에 오르는 절차를 마쳤다. 65년을 기다려 왕좌에 오른 찰스 3세는 군주제 반대 여론 등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영국의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주요 선진 7개국(G7) 중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영국은 세 번째 총리를 맞았다.  영국 집권당 보수당은 이달 초 지방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었으며 다음 총선 전망도 밝지 않다.  

찰스 3세 화려한 대관식....열렬하지 않은 여론

‘왕세자’로만 53년을 보낸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6일 드디어 대관식을 통해 ‘정식’으로 왕관을 썼다. 찰스 3세 대관식 비용이 최소 1억 파운드(16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비용의 약 2배이다.

대관식에 초대된 인사는 2300명으로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등 203개 국가 및 단체 대표들이 대관식에 참석했다. 

찰스 3세는 영국 국교회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관식 가운데 즉위선서를 통해 "모든 믿음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려한 대관식에 대한 관심 만큼 국왕을 보는 영국인들의 지지는 열렬하지는 않다.

일각에선 영국의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호화로운 대관식을 치르는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버킹엄궁 측은 이번 대관식을 통해 영국 경제에 약 10억 파운드(약 1조 6700억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고 옹호했다.

버킹엄궁의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컨설팅업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이번 달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영국 정부가 이번 대관식으로 지정한 추가 공휴일(뱅크 홀리데이)로 조업일수가 줄면서 전달보다 0.2%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주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지지도 추이 ⓒ국립사회연구센터(NatGen)
군주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지지도 추이 ⓒ국립사회연구센터(NatGen)

대관식을 일 주일 정도 앞둔 4월 28일 국립사회연구센터(NatCen)는 "영국이 군주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여론조사를 했다. 국립사회연구센터는 장기적인 여론의 흐름을 보기 위해 1983년부터 40년째 같은 질문으로 추세를 분석하고 있다. 

결과는 ▲ 매우 중요하다 29% ▲ 중요하다 26% ▲  중요하지 않다 20% ▲ 전혀 중요하지 않다/폐지되어야 한다 25%로 나타났다.

사회연구센터는 군주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 29%는 역대 최저라고 밝혔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했던 지난해 조사에서는 ▲ 매우 중요하다 38% ▲ 중요하다 24% ▲ 중요하지 않다 15% ▲전혀 중요하지 않다/폐지되어야 한다 20% 였다.

이 센터의 최고 경영자인 가이 굿윈은  "대중의 대다수는 여전히 왕실을 지지하고 있으며, 55세 이상의 사람들의 지지 성향이 높다. 앞으로의 과제는 군주제가 타당성을 알리고 젊은 세대에게 지지를 유지하도록 호소하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의 저주...영국병의 귀환

[런던=AP/뉴시스]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다우닝 스트리트 부근에서 시위대가 손팻말 등을 흔들고 있다. 영국 전역에서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 일어나 학교, 교통 등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영국 노동조합회의는 교사, 교직원, 공무원, 철도 기관사, 버스 운전사 등 약 50만 명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런던=AP/뉴시스]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다우닝 스트리트 부근에서 시위대가 손팻말 등을 흔들고 있다. 영국 전역에서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 일어나 학교, 교통 등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영국 노동조합회의는 교사, 교직원, 공무원, 철도 기관사, 버스 운전사 등 약 50만 명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3년째를 맞았던 지난 1월 "좋든 싫든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난 지 3년이 되었다. 이후 세계적인 유행병이 있었고, 빠르게 에너지 위기가 뒤따랐다." "이는 브렉시트의 영향이 무엇인지 평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의 지표들은 경제에 타격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몇가지 예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6월 영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묻는 투표였다. 탈퇴안이 가결되고 2020년 1월 영국은 끝내 유럽연합과 헤어졌다. 

당시 브렉시트를 주도한 이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재발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의 지표는 영국의 바람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1년간 영국 소비자물가 추이 ⓒ영국 통계청
1989년 이후 영국 소비자물가 추이 ⓒ영국 통계청

영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9.6% 폭등한데 이어 지난 3월에도 8.9%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2월 0.5% 줄었다. 올해 1월 다시 0.4% 늘었다. 지난 2월에는 0%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성장률 지난해 4%로 G7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2023년 -0.3%,로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내년에도 영국이 1%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월 ‘영국병의 귀환(The Return of British Disease)’이라는 제목의 1970년대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영국이 다시 고비용 저효율 경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영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경제 규모를 회복하지 못한 유일한 주요 국가”라며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의 취약성을 두드러지게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영국 경제의 ‘약해진 기초 체력’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후 2018년 탈퇴 협정 합의, 2020년 탈퇴 협정 발효 이후 실질적으로 브렉시트가 이뤄진 2021년 1월 1일까지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영국이 실질적으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지 2년이 지난 뒤 ‘브레그렛(bregret)’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brexit)를 후회(regret)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여론 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정이 잘못됐다”는 응답자는 56%로, ‘옳았다’는 응답(32%)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제 위기, 집권당의 위기

[윈저=AP/뉴시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북아일랜드 협약 관련 새로운 합의를 발표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윈저=AP/뉴시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북아일랜드 협약 관련 새로운 합의를 발표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브렉시트 탈퇴 후 찾아온 경제 위기는 곧 집권당의 위기로 이어졌다. 브렉시트와 직접 관련된 총리 2명이 낙마했다. 브렉시트 실행 후 첫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여러 스캔들로 물러났다. 

브렉시트 실행 후 2년여 만에 영국은 세번째 총리를 맞았으며 투표와 협상과정까지 7년 동안 총리 4명이 사임하고 5번째로 리시 수낙 총리가 취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5월 13년만의 보수당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취임했으나 2016년 6월 26일 실시된 브렉시트 투표에서 EU 탈퇴파가 승리하자 사임했다.

캐머런 총리의 후임 테레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유럽 연합과의 탈퇴 협상에 적격인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정국 불안을 해소할 인물로 평가됐으나 EU와의 협상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난끝에 2018년 12월 12일 보수당의 불신임 투표에가 가까스로 총리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24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7월부터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총리직에서 파티를 열어 이른바 '파티게이트’(엄격한 방역 조처가 취해지던 중에 총리 관저 직원들이 파티를 즐긴 사건)' 등 여러 스캔들로 물러났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 대표 사퇴 회견에서 브렉시트를 완수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부자감세와 대책없는 이른바 '미니예산'으로 역풍을 맞아 45일만에 물러나기로 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지난해 10월 25일 취임한 리시 수낙 총리는 초기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영국의 노조는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영국의 철도와 버스, 교육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물가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연일 파업을 이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노동조합회의(TUC)는 교사, 대학 교직원, 철도 기관사 등 최대 50만명이 전국적 파업에 동참했다

 집권 보수당은 이달초 치러진 지방의원 선거에서 1063석을 잃었다. 노동당은 525석을 추가해 2638석으로 2273석을 얻은 집권 보수당을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내년이나 2025년 초에 치러질 총선 전망도 집권당에게 어둡다.

이달초 실시된 영국 유권자들의 투표의향 조사 결과 ⓒ유거브(YouGov)
이달초 실시된 영국 유권자들의 투표의향 조사 결과 ⓒ유고브(YouGov)

유고브가  지난 3~4일 영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내일 총선이 실시된다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동당이 43%로 집권 보수당 26%보다 17%p 높게 나타났다. 

현재 영국 국민들의 민심은 보수당에서 돌아선 상태다. 보수당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에 ‘파티 게이트' 논란을 일으킨 보리스 존슨 전 총리(2019년 7월~2022년 9월)와 무리한 감세 정책으로 45일만에 불명예 낙마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2022년9월~2022년10월)를 거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난해 10월 리시 수낙 현 총리가 집권 했지만 연 9%를 오르내리는 물가상승에 따른 민생고에 공공부문 총파업으로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론조사전문가 존 커티스는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의 패배가 1000석에 도달하면 심각한 선거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이는 다음 의회 선거에서 집권을 유지하려는 당에 대한 명백한 거절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틀림없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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