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2022년 인권상황보고서 발간
낙태죄 폐지 이후 제도 공백 이어져
여가부 폐지 논란에 “성평등 컨트롤타워 필요”
스토킹 피해자 적극 보호 촉구
가사근로자법 한계에 “개선 필요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착취 심각

‘여성노동연대회의’가 3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노동시장의 뿌리 깊고 누적돼온 성차별을 고발하는 ‘2023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지난 3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노동시장의 뿌리 깊고 누적돼온 성차별을 고발하는 ‘2023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여성을 둘러싼 문제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큰 폭의 개선을 찾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돌아본 지난 1년의 한국 여성의 현주소다.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인권상황보고서’를 9일 발간하고 지난해 국내 인권상황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낙태죄 폐지 △여성가족부 폐지 △스토킹처벌법 △가사근로자법 △디지털성착취 등 작년 한 해 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수많은 여성 의제들이 다뤄졌다.

낙태죄 폐지 이후 제도 공백 이어져

인권위는 여성의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문제를 두고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현재까지 국회가 대체 법률을 마련하지 않아 여성들이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해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추세”라며 국회와 정부에 임신중지 및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여가부 폐지 논란에 “성평등 컨트롤타워 필요”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 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산할 경우, 각 부처의 고유 업무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 있고 성평등 정책의 종합적 추진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2020년 기준 전 세계 194개국에 성평등 전담기구가 있음을 언급하며 “여성가족부라는 정부 부처의 위상이나 해체 그 자체보다는 안정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성평등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토킹 피해자 적극 보호 촉구

스토킹 문제에 대해서는 스토킹 가해자가 재판 중 피해자 여성을 살해한 ‘신당역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스토킹처벌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스토킹 유형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반의사불벌죄 폐지·스토킹 처벌범위 확대·가해자 감시수단 강화 등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가사근로자법 한계에 “개선 필요해”

인권위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이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관에 소속된 가사근로자들이 최저임금과 사회보험 등 노동자로서 제도적인 보호를 받게 됐다”며 법안의 의의를 밝혔다.

반면 비인증 기관의 가사근로자들은 여전히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법을 지키기 위해 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져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사서비스 이용자와 가사노동자가 직접 계약을 맺고 이를 정부기관에 등록해 개별 이용자가 사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해외 사례(우루과이, 스페인, 필리핀, 프랑스 등)를 소개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착취 심각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각종 성범죄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착취의 대상으로 위협받고 있으나 처벌 근거가 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들어 조직적인 성착취물 유포·그루밍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으며 범죄 인지의 어려움·플랫폼사의 비협조·성착취물 삭제의 어려움 등이 겹쳐 “성착취 피해자의 완전한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동의 권리는 동일하게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한다”며 새롭게 등장하는 유형의 디지털 폭력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처벌 제도의 주기적 갱신·디지털 성범죄 대응 자원 확보·국제적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