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절약운동서 정책화까지 '센 입김'

우리나라의 소비자 운동은 1955년 서울YWCA를 효시로 여성단체 주도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후 70년대 초반부터 '주부교실 중앙회' '주부클럽연합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의 여성단체가 소비자 보호운동과 소비 절약운동을 함께 전개해나갔다.

여성단체들의 소비자 운동은 여성운동의 다양한 사업 중 한 분야였다. 소비자 전문단체로서는 한국소비자연맹이 70년대 초반에 설립되었으나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아 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활동이 활성화되었다. 70년대 소비자운동의 특성은 소비자의 조직화가 시도되었다는 점과 지명도 있는 열성적인 지도자에 의해 이끌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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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들의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잔존량 검사결과 발표. 소비자운동의 50여 년 역사는 여성단체 주도로 전개됐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소비자 운동의 주요 리더 중 한 사람은 소비자연맹의 정광모 현 회장이다. 70년대 당시에는 한국일보 정치부장 대우 및 논설위원을 지낸바 있으며, 최초의 여성 청와대 출입기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논리적이고 재치있는 화술로 소비자,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교육에 전념하는 한편, 상품테스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70년대에는 '서울시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76년 설립되었으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국주부교실중앙회,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대한 YWCA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소속되었다. 77년 11월 전국 규모의 소비자운동을 위해 명칭을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로 변경하고 78년 승인허가를 받아 '월간소비자'를 발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설립당시 4개 단체에서 79년 한국소비자연맹 가입, 85년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모임 가입, 88년 공익문제연구원 가입,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부인회총본부, 한국YMCA전국연맹의 가입으로 10개 회원단체의 소비자단체 연대가 형성됐다. 이후 일부 단체의 탈퇴와 녹색소비자연대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가입이 이루어졌다.

회원 단체의 활발한 활동이 이뤄졌으며 대한주부클럽연합회의 김천주 회장, 주부교실중앙회의 이윤자 회장, 한국소비자교육원의 전성자 원장 등의 헌신과 노력은 소비자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여성단체 중심의 소비자단체에서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소비자문제만을 특성화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이 82년 설립됐다. 80년대 이후로는 소비자 운동의 국제적인 교류도 활발해져 각 단체의 국제적인 소비자 무대 진출도 활발해졌다. 두드러진 활동을 벌인 여성 리더로는 서울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송보경 교수와 김재옥 회장이 손꼽힌다.

항의시위·불매 등 '사이버 소비자운동' 대세

한편 컴퓨터의 보급 확대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가상의 공간에서 소비자운동을 전개하는 사이버 소비자운동이 시도되고 있다(서울대 소비자 상담실 plaza.snu.ac.kr/∼consumer/counsel, 안티후지운동본부 antifuji.org, 안티애니콜 antianycall.org 등).

사이버 소비자운동은 인터넷에서의 전자상거래의 확대 등 소비생활 자체의 변화와 소비자 운동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방법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비자운동은 온라인을 통하여 소비자의 직접참여를 통한 항의시위, 불매운동, 서명운동 등 소비자 결집의 강한 힘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고,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나 자원봉사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미래 소비자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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