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풀어보는 교육문제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듯 교육열이 높은 국민이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다. 그러나 우리나라 살림의 여러 영역 가운데서도 민족의 백년대계라고 일컫는 교육만큼 크게 잘못되고 있고 따라서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다 불만을 느끼며 걱정하는 영역도 없다. 해가 거듭하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교육제도에 손을 대면 댈수록 학교 교육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오히려 커진다. 교육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여 이제 세계 수준으로 보아도 적은 것이 아닌데 사교육비의 지출은 늘기만 한다.

학교교육이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서라도 그 결함을 보충해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이 기본처럼 된 것은 물론 가정 파탄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아이들을 외국으로 조기 유학 보내는 부모들의 수가 무시못할 만큼 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부모들의 그런 희생과 헌신은 칭찬이나 감사 대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며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는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보장이나 자신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가. 좋은 교육을 받고 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고 세계 공통의 현상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미명 아래 여러 가지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가.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본보기는 없을까.

우리 교육이 이 지경이 된 데는 교육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당국과 그 정책을 뒷받침 해 주는 전문가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사회에서는 문교 당국이나 전문가들도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국민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학부모나 각종의 교육관련 시민단체, 더 나아가 국민 전체의 책임도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는 일도 국민 전체가 교육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투쟁하지 않으면 기대 할 수 없다.

교육과 관련하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난관의 근원은 교육이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에 기초한 국민 간의 묵시적 합의가 없다는 데 있다. 교육은 내 자식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민족 전체, 인류 전체의 생존과 연관된 문제인데도 자식만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대다수 학부모들이 보이는 '교육열'이었다. 건전한 교육철학의 부재 못지 않게 우리 교육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또한 교육 방법론과 관련해 사회에 만연돼 있는 여러 가지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거짓 정보들이 아닌가 싶다. 학교교육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어떤 것인가, 교육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선진 외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가 등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은 많지만, 정작 소개되는 것은 숨은 정치적 또는 상업적 동기나 단순히 이해 부족 때문에 왜곡된 것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그릇된 가정과 정보에 기초한 사적 대처 양식은 또 다른 문제들을 낳곤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여성신문이 특별히 할애하는 지면을 빌려, 교육에 관한 핵심적 문제들을 기존의 경직된 정책적 논의나 사고의 틀을 벗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한 가지씩 짚어보며 공교육 파산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이 힘을 합쳐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문제의 접근 방식은 주제에 따라 때로는 이론적이고 포괄적이며, 때로는 매우 구체적으로 되겠지만 주제의 설정은 독자들의 관심과 요청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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