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고발된 고은 시인의 신간을 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출판사가 “언론이 출판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시집 발간에 대해 사과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실천문학사는 “고은의 신간 시집(무의 노래)을 출판했지만 여론의 압력에 (…) 일단 공급을 중단한 상태로 100여일을 맞았다”며 한 마이너 인터넷신문의 ‘99.2%가 출간을 반대한다’는 기사가 “핵뇌관으로 작용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본사 출간 전 조사나 타 언론사 여론조사와는 매우 다른 결과로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난 21일부터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활동 여부에 참고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내용과 질문 구성 자체가 편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9번 문항은 “고은 시인은 은퇴한 적도 시인 자격을 박탈당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탈퇴한 문단 단체에 복귀한 것도 아니다”면서 “언론에서 쓴 ‘문단 복귀’라는 표현이 주관적 프레임 씌우기인지 객관적 보도인지” 묻는다.
이어지는 10번 문항은 “언론과 여론이 순수 문학도서를 적법하게 출판한 출판사의 출판의 자유(헌법 21조)를 억압하는 것이 정당한지” 질문하고 있다. 설문 참여자는 ‘정당’과 ‘부당’ 중에 답을 고를 수 있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지난해 12월 고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내면서, 2018년 불거진 성추행 논란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문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실천문학사는 지난 1월 17일부터 ‘무의 노래’의 서점 공급을 중단하고, 공식 입장문을 내 사과했다. 지난 4일에는 3개월 만에 시집 판매를 재개했다가, 이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흘 만에 재차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