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사건' 무죄판결 파장

증거에만 의존 피해아동 심리·후유증 등 반영못해

성폭력상담소 '수사재판 감시단' 발족 상급심 대응

최근 본지(742호)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MIT 박사 의붓딸 성폭행'사건의 아버지가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이번 판결이 근친성폭력의 피해 상황과 특성을 무시한 '반인권적'판결이라는 여성단체의 주장이 제기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해 8월 재일 한국인인 김광례(50) 씨가 당시 재혼한 남편 노모(50)씨가 7년간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본지에 그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 6월 노씨가 항소심 구속시한 만료로 보석으로 풀려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씨가 항의의 뜻으로 오른 쪽 집게손가락을 잘라 재판부에 보낸 일명 '단지 사건'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10일 서울고법 형사4부(이호원 부장판사)는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강간 등 치상)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노씨에 대해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아동이 최초 성폭행을 당했다는 95년 5월 피해아동은 6세에 불과했는데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정도 나이의 아동이 성인남성에게 성폭행당할 경우 심각한 상해를 입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피해아동이 당시 학교를 성실하게 다녔다는 생활기록부에 비춰 유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근거는 '만 6세 이하의 유아 성폭력이 가능한가'와 '피해아동이 가해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의 행동을 보여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린이 성폭력 관련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성폭력 피해 상황과 이를 지속시키는 기제,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상황에서 '성폭력피해자다운 것'과 '성폭력피해자답지 않은 것'을 기계적으로 나누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지원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주장에 따르면 6세 이하 유아의 강간피해 사건만 작년 한해 21건으로,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유아 성폭력이 충분히 가능하며 이들은 피해당시 성폭력에 대한 인지가 없다가 이후 성장하면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피해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의 정도나 발현시기는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친부나 의부 등 근친성폭력의 최초 피해가 유아기에 일어날 경우 피해아동은 자신이 입은 피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성폭력을 자신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여 피해 사실에 대해 죄책감을 갖거나 가해자를 보호하려는 '양가감정'을 갖게 되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유학 문제로 만 5세부터 노씨와 단 둘이 외국에서 생활해온 상태였고, 일상의 많은 부분을 노씨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근친성폭력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상담소 측은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들이 보이는 후유증과 특성을 오히려 피해자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근거로 삼은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며 “근친성폭력 사건을 그 피해에 대한 증거능력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판결을 한다면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근친성폭력 피해는 1∼2% 밖에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법의 정의인가 반문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2003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실시한 상담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비율 가운데 어린이와 유아는 각각 12.9%, 8.3%를 차지하며 친족, 친인척에 의한 성폭력도 1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사건의 무죄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린이 성폭력, 근친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성범죄자의 이름, 주소, 직장, 최근 사진을 공개하는 미국의 '매건법(Magan Law)'과 같이 어린이 성폭력, 근친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사건의 상급심 판결과 관련해 대응책을 고심 중이며, 10월 13일 법조인, 의료인, 전국성폭력상담소가 연대한 '어린이성폭력 수사재판 감시단'을 발족, 어린이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 갈 계획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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