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2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A씨는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분명 정규직이고 경력직이라 수습기간 없이 입사하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에 70%를 지급하겠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면접 때 대리로 입사한다고 했지만 입사 후 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게다가 사무직으로 들어왔는데도 현장업무를 시키고, 주52시간을 위반하며 공개된 장소에서 모욕행위까지 겪었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교부받지 않았고, 22.4%는 입사할 때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제보를 보면 ‘채용과 관련한 위법·행위’는 대부분 사용자가 저지르고 있었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3월 3~10일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 72.7%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받았다’고 응답했고, 13.0%는 ‘작성했지만, 교부받지는 않았다’, 14.3%는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3명 가까이(27.3%)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현황 ⓒ직장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현황 ⓒ직장갑질119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는 일터의 약자인 비정규직(38.8%), 비노조원(28.7%), 월150만원미만(41.3%)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고, 5인미만 사업장은 절반이 넘는 50.3%가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위반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서 작성·지급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정부가 과태료 부과 대신 시정 지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입사할 때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한지에 대해서는 ‘동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2.4%로 직장인 10명 중 2명 이상이 ‘채용사기’ 또는 ‘과장광고’를 경험했다. 노동약자인 비정규직(25.3%), 비노조원(23.3%), 생산직(28.6%), 5인미만(29.8%)에서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김기홍 노무사는 “불공정채용의 원인은 고용세습이 아니라 계약과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는 갑을관계에 있다. '갑'인 사용자는 채용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을' 의 위치에 있는 구직 노동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른다. 이른바 채용갑질이다”라며 “특히 요즘같은 취업난 속에 벌어지는 채용갑질은 구직 노동자들을 두 번 울게 할 뿐만 아니라, 어렵게 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정부는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채용갑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