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순의 양성평등정책 속으로]
경북 청송군 농어촌 무료 버스
탄소중립·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사진=청송군 제공
청송군은 2023년 1월 1일부터 면 단위의 농어촌 무료 버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무료 이용자임을 증명하는 카드나 쿠폰 없이 누구나 올라탈 수 있는 버스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청송군이 유일하다. 사진=청송군 제공

사과로 유명한 경북 청송군은 2023년 1월 1일부터 면 단위의 농어촌 무료 버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 국가유공자, 장애인, 아동·청소년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무료 버스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무료 이용자임을 증명하는 카드나 쿠폰 없이 누구나 올라탈 수 있는 버스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청송군이 유일하다. 해외에는 탄소중립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무상 대중교통정책을 시행하는 도시들이 꽤 있다. 프랑스 샤토루, 에스토니아 탈린, 룩셈부르크, 미국 워싱턴 등이 대표적이다.

무료 버스 도입의 가장 큰 이슈는 재정부담 문제다. 청송군은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초과하고, 전체 인구는 2만 4천여 명에 불과한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속한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전략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가 선별적 교통복지가 아닌 보편적 이동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농어촌 무료버스 도입이었다. 준공영제 정책에 따라 버스회사 보조금으로 집행되는 예산은 매년 22억 원에 달했다. 거기에 3~4억 원을 추가하면 농어촌지역에서 전면 무상 버스 도입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버스 이용객이 40%나 줄고, 인구 감소로 수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버스회사 입장에서도 반겼다. 전액 예산 지원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요금과 관련된 부수적인 일도 사라졌다. 버스 기사들은 요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승객들의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고령의 승객이 보따리까지 여러 개 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리를 잡고 요금을 내느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버스에 상존하는 위험 요소이다.

무상 버스는 특정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성 중립적인 정책이지만 주된 수혜자는 여성들이다. 사진=청송군 제공
무상 버스는 특정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성 중립적인 정책이지만 주된 수혜자는 여성들이다. 사진=청송군 제공

무상 버스, 여성이 주 수혜자

무상 버스는 특정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성 중립적인 정책이지만 주된 수혜자는 여성들이다. 농어촌은 교통이 불편할 뿐 아니라 환승제도도 없어 대도시에 비해 이동권에서 큰 차별을 받아왔다. 병원, 시장, 목욕탕, 미용실 등을 이용하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편의점이나 수퍼조차도 걸어서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택배나 배달도 쉽지 않으니 물건을 사려면 직접 나가야 한다. 시골일수록 ‘자가용은 필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집에 차가 있어도 운전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농어촌 무료 버스 운행 이후 지난 3개월간 버스 이용객은 25% 정도 증가했다. 장날 같은 경우에는 만차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승객 대부분이 여성이다. 청송군 농어촌 무료 버스 담당자인 남영희 주무관은 “어르신들에게 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는 사회로의 연결통로”라며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마을 중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8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은 ‘천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천원 택시’도 청송군이 2015년 경북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 사진=청송군 제공
윤경희 청송군수. 사진=청송군 제공

윤경희 군수의 공약사업 

청송군의 농어촌 무상버스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윤경희 군수의 공약사업으로 시작되었다. 작년부터 보건복지부 및 선거관리위원회와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등 법리 검토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청송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재정지원 조례'와 '청송군 농어촌버스 무료이용 지원조례'를 제정하여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버스 무료 운행에 따른 소요예산은 최근 2년간의 운송 수입금 평균액을 기반으로 산정한다. 올해 예산은 3억 5000만 원으로 전액 군비이다.

청송군 윤경희 군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좋다. 이동권이 증진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타지에 있는 자제분들도 무료 버스 덕분에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병원도 가고 외출을 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시행으로 언론 노출이 많이 되어 청송의 농특산물과 문화관광자원에 대한 홍보 효과가 크고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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