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두 나라간의 긴장관계가 높아지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 등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갖는 등 실익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 문제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한데 이어 중국이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한국 외교부는 맞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일본에 편향된 외교를 펼치면서 중국과 관계는 더 멀고 거칠어지고 있다.

◆ 대만 문제에 중립 강조한 마크롱

[베이징=신화/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국과 계속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럽 국가들이 안보 부담 공유의 책임을 위해 재무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대만을 직접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을 지지할 수 있도록 기존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이 집권 3기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국가수반이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프랑스 일간 레제코,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를 갖고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을 경우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대만 주제와 관련해 미국의 '리듬' 또는 중국의 '과잉 반응'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어느 한 편을 추종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을 갖고 긴밀히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에어버스는 중국 공장에 두 번째 조립 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에어버스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독일, 네덜란드에도 본사를 둔 유럽의 다국적 항공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사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유럽은 이제 대미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혀 미국의 반발을 샀다.

◆ 독일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베이징=AP/뉴시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폭스바겐, 지멘스, 도이체방크 등 독일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베이징=AP/뉴시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폭스바겐, 지멘스, 도이체방크 등 독일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안나레아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13∼15일 중국을 방문해 대만, 인권, 우크라이나 등에 대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의견을 나눴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을 놓고 할 말을 하며 중국 측과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배어복 장관은 중국 방문 일정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배어복 장관은 이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방중 경험과 관련해 "충격적인 것 이상"이라고 언급하며 "중국이 내부적으로는 더 억압적이 됐고, 대외적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배어복 장관은 그간 중국이 독일의 무역 파트너이자 경쟁자로 여겨져 왔다면서도 "이제는 구조적인 경쟁자의 성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중국 양국 간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독일은 순진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며 "다시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배어복 장관은 "우리가 중국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이는 중국으로부터의 '탈동조화'(디커플링)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양국의 경제관계는 양호하고, 또 중요하다"며 "우리의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4일 중국을 방문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19년 12월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3년 동안 문을 굳게 닫았던 중국을 3년만에 방문한 G7 정상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숄츠 총리와의 회담 후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독일과 중국이 협력할 것을 촉구하며 “이번 방문이 양측의 상호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각 영역에서의 협력을 심화하며 다음단계 양국 관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중국은 독일과 유럽의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이며, 독일은 중국과의 경제 무역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기업 간 상호 투자와 협력을 지지하려 한다”고 화답했다.

◆영국 "중국과 관계 끊으면 국익에 역효과"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 ⓒ트위터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 ⓒ트위터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이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으면 국익에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클레벌리 장관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은 그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협 또는 기회 중 양자택일하는 식의 규정은 불가능하다"며 "흑백논리를 경계해야 한다. 좀 더 정교하고 미묘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클리버리 장관은 "중국 관계의 본질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는 요구를 계속 받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다른 어떤 양자 관계도 한마디로 압축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크고 중요하다"며 "우리는 중국과 밀접하고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매우 매우 역효과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클레벌리 장관은 중국·대만(양안) 간 갈등에 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대만 문제가 결코 대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중국이 대만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감행하는 현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곧 모든 국가에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 룰라 "중국은 국제사회 국제 역량"

상하이에서 화웨이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한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정부 홈페이지
상하이에서 화웨이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한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정부 홈페이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와 자국 통화 결제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도 이날 룰라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따뜻이 환대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도 “중국은 전략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올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방중은 취임 후 첫 미주 이외 지역 국가 방문”이라며 “중국은 국제사회 각 영역에서 불가결한 중요 역량”이라고 치켜세웠다. 전날 상하이에서 화웨이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며 중국 기업들의 브라질 투자를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룰라는 미국 달러를 겨냥해 거의 모든 글로벌 무역 거래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비판했다.

룰라는 “브릭스 회원국들은 다른 브릭스 국가 사이의 무역 자금을 조달할 통화를 가질 수 있다”면서 수출할 때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 사용 문제를 쟁점화했다.

◆ 윤 대통령, 중국 겨냥 "힘을 통한 현상 변경시도 반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 힘을 통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대만 해협의 긴장이 일어났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그러한 변화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사실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왔지만, 대만 해협의 긴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박진 외교보 장관도 지난 2월 22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을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대만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의 해결은 중국인 자기 일이며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왕 대변인이 인용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는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왕 대변인은 또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의 성질과 경위는 전혀 다르고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며 “한국은 중·한 수교 공동 성명의 정신을 확실히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마오닝(毛寧) 전 대변인도 지난 2월 27일 브리핑에서 박진 외교장관의 CNN 인터뷰와 관련해  반발하며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우리 외교부가 "중국의 국격을 의심하게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맞대응했다. 외교부가 중국을 향해 "국격이 의심된다" 등 표현을 쓰며 따진 것은 최근 수년간 전례 없는 일이다.

장호진 회교부 1차관은 20일 저녁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우리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와 관련한 오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 교역규모 1,2위국의 '탈동조화' 논란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해 세계의 수출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수출은 3조594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2조850억 달러로 2위를 나타냈다.

수입은 미국이 3조376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중국은 2조7160억 달러로 두번째 였다. 미국의 세계시장 수입 점유율은 13.2%, 중국은 10.6% 이다.

교역국의 입장에서 미국 뿐만아니라 중국을 무시할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틈바구니에서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확인하면서도 중국과의 거리감을 두려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 일본과는 밀접한 관계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4월부터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들어 3월까지 수출액은 295억1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의 420억6500만 달러보다 29.8%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수출이 단일 국가로는 여전히 가장 많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세계시장의 수출 및 수입국 순위 ⓒ세계무역기구
2022년 세계시장의 수출 및 수입국 순위 ⓒ세계무역기구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중국에 대한압박을 강화하면서 양국 경제를 분리하자는 이른바 탈동조화(Decoupling) 논란이 일고 있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교역규모는 69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더위크(The Week)는 그러나 미중 두 나라가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어떻게 러시아의 경제를 고립시켰는지 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앞선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미국과 중국의 분열은 경제성장 감소, 세계의 번영 감소, 전 세계의 빈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의원은 최근 불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선택적 분리가 불가피하다. 애플과 디즈니와 같은 대기업들은 민감한 재료들이 포함된 공급망이 중국 밖으로 확실히 이동되도록 하기 위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조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20일(현지시각)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고급국제대학원 연설에 앞선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상대역을 임명하는 대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중국에 경제적 규제를 두는 것은 지지한다"면서도 "우리 시대의 긴급한 도전에 대한 협력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옐런의 방중이 이뤄진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가장 높은 미국 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이전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2월 초 미국 국방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하고 중국이 이를 민간용이라고 반발하면서 실제 방문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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