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레시피]

ⓒ오재철 작가
ⓒ오재철 작가

남극과 북극에서 출발하여 같은 속도로 향하면 만나게 되는 가상의 선 ‘적도’. 태평양을 지나는 적도에 걸쳐진 여러 섬들로 이루어진 화산 제도가 바로 ‘갈라파고스 제도’이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준 색다른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신비의 제도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유명세에 어울리는 신비로운 동물들이 많이 있다. 형광색 파란 발이 인상적인 블루풋 부비, 육지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육지 거북이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이한 동식물들로 인해 여행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이 인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물개들이 와서 함께 수영을 하고, 새들에게 다가서서 핸드폰을 들이대도 새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당신이 만약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서 있으면 새들이 날아들 것이다. 새들의 눈에 당신은 빨간 깃털을 가진 신기한 타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유토피아 같은 곳이랄까. 이런 유토피아가 형성된 데에는 나름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동물을 사냥하는 것 자체가 금지다. 오랜 시간동안 인간에게 공격을 받은 기억이 없는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인간을 자신과 같은 초식 동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동물에게 대한 행동 만큼 동물도 우리를 대하게 된 것이다. 

ⓒ오재철 작가
ⓒ오재철 작가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와 나는 무덤덤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에 치이고, 일상에 지치다보니 서로를 대할 때 사랑의 감정보다는 표정 없는 얼굴로 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 녹아들어버린 것이다. 분명 우리도 한땐 서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미소지으며 사랑의 대화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 나부터 바꾸어 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살며시 뒤에서 아내를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아내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갑자기 왜 그래? 뭐 잘못한 거 있지?” 예상치 못한 아내의 반응에 난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이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니 놀랄만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했으리라 수긍이 된다. ‘내가 아내를 안은 것이 잘못된 걸까?’ 아니, 그간 당연한 부부의 사랑 표현을 ‘안했던 게 문제’였다. 그럼, 그 행동을 ‘하던 행동’으로 바꾸면되지 않을까? 

그날 이후 매일 아침 아내의 서운한 반응엔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안아주며 사랑의 표현을 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침에 방문을 열고 나오면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오늘도 사랑의 표현을 해줄 것이라는 바람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을 떠올린 덕분에 우리는 그 옛날 연인의 모습으로 사랑을 속삭이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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