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장, 왠지 불편하다?
여성가장, 왠지 불편하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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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할에 대한 드라마의 변명과 포장
최근 드라마를 보면 전통적인 성역할을 바꾼 부부, 즉 돈 버는 아내, 살림하는 남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성역할을 바꾸어보려는 시도가 아직도 갑작스럽고 현실감을 주기 어렵다고 본 것인지, 성역할을 바꾸는 것에 대해 변명을 하고 포장을 하는 드라마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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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드라마 '애정의 조건'


KBS드라마 '애정의 조건'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나만득(장용 분), 이현실(윤미라 분) 부부의 경우, 남편이 집안 살림에 전념하게 된 이유가 거듭된 사업 실패 때문이란다. 여성이 살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그릴 때와는 다른 태도이다. 또한 가정 내 여러 가지 상황을 묘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여동생을 등장시켜 남매가 합동으로 우스운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남성이 살림하는 것을 코믹하게 포장하고 있다.



또한 부부 및 여동생의 지방 사투리 사용 역시, 성역할 바꾸기의 충격을 완화하는 포장 역할을 한다. 이 드라마에서 아내는 항상 상석에 앉아 가장으로서의 말을 한다. 그러나 여성가장의 지방 사투리 사용, 남편과 시누이의 사투리 사용과 코믹한 반응으로 인해 여성가장의 말이 에둘러 약하게 전달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여성가장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여성가장의 권위는 직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심사를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사례는 그나마 성역할의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고정적인 성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바로 남녀 주인공들의 성역할이다. 드라마의 극적 전개를 위한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성역할이 예나 지금이나 불변이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 드라마는 청춘남녀가 사랑하고 결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자주인공은 사랑과 결혼을 통해 행복을 꿈꾸는 역할,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역할로 고정되어 있다. 행복을 이루는 방법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평범한 환경의 여성과 부자 남성, 재벌2세 남성 등의 등장인물이 만들어내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



이러한 경향은 얼마 전 종영한 SBS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일련의 신데렐라 드라마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자주인공의 삶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자 주인공이 행복을 꿈꾸고, 여자주인공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재력가 남자주인공의 존재에 의해서이다.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행복을 자신의 의지보다는 남성을 통하여 얻는 신데렐라, 자신의 능력으로 여성에게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백마 탄 왕자라는 설정은 성역할에 대한 고질적인 고정관념이자 편견이다.



물론 '신귀공자' '반달곰 내 사랑'같이 부자 여성, 가난한 환경의 남성이 등장하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변명과 포장을 한다. 부자 여성을 순진하고 철없는 성격으로 설정해놓아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여성으로 그렸다. '파리의 연인'이 남자주인공의 매력을 강조하여 백마 탄 왕자의 성역할을 극대화한 것과는 비교된다.



드라마에서 성역할을 바꾸어놓고 구차한 변명과 포장이 필요한 것은 아직 우리 드라마가 고정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성역할에 대한 드라마의 변명과 포장 방법을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혜란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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